미국 내에서 탄소 배출에 세금을 매기는 소위 ‘탄소세(Carbon Tax)’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직접적인 탄소세 도입이 정치적 저항에 부딪히자, ‘탄소 국경 조정(CBAM)’과 유사한 형태의 교묘한 입법을 통해 사실상의 탄소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현지 시각 16일,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 등 보수 진영은 이러한 시도가 결국 미국 소비자들의 에너지 비용 상승과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탄소 국경세’의 가면을 쓴 증세안?
최근 미 의회에서는 외국산 수입품에 대해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외국 오염원 수수료(Foreign Pollution Fee Act)’와 ‘PROVE IT 법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 법안들은 표면적으로는 환경 규제가 느슨한 국가(중국 등)로부터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정책 전문가들은 이것이 ‘트로이 목마’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번 기고를 통해 케이티 터브(Katie Tubb) 연구원은 “수입품에 탄소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내 제품의 탄소 배출량도 측정하고 기준을 세워야 한다”며 “이는 결국 국내 기업들에게도 탄소세를 부과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공화당 내 ‘녹색 연대’와 보수 본진의 충돌
주목할 점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과 손을 잡고 이러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빌 캐시디(Bill Cassidy, 루이지애나) 상원의원 등이 주도하는 이 움직임에 대해, 강경 보수 진영은 “유럽연합(EU)식 기후 정책을 미국에 이식하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기사에서는 이러한 법안들이 통과될 경우, 휘발유 가격 상승과 전기료 인상을 유발해 저소득층 가계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벤 카스(Ben Castro) 정책 분석가는 “기후 변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이 은밀한 노력은 사실상 미국 가정의 주머니를 털어 정부의 배를 불리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캠프와 보수 단체 “결사 저지”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도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트럼프 측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은 에너지 가격을 낮춰 제조업을 부활시키는 것인데, 탄소세는 이와 정반대의 길”이라는 입장이다.
보수 진영은 이번 주부터 의회 내 온건파 의원들을 대상으로 집단 압박에 나설 계획이다. 탄소세라는 명칭 대신 ‘수수료’나 ‘조정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모든 입법 시도를 ‘증세’로 규정하고 유권자들에게 알리겠다는 방침이다.
데일리인사이트 이재영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