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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영은 페미니즘에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가?

이준석의 포퓰리즘적 반페미니즘, 그 너머를 지향해야

최근 게임업계를 둘러싼 '집게손 논란'이 매우 뜨겁다. 해당 논란은 25일, 애니메이션 회사 '스튜디오 뿌리'가 제작한 게임 애니메이션 PV에 메갈리아의 남성혐오적 표식, '집게손'(한국 남성의 성기가 작다며 조롱하는 표현)이 삽입되었다는 의혹이 번지면서 시작되었다. 문제가 된 게임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즈', '블루아카이브' 등으로 대부분 게임회사 넥슨과 관련되어 있었으며, 이에 넥슨은 하청회사인 스튜디오 뿌리에 강경대응을 예고하였다.

 

이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갑론을박이 오가는 가운데, 지난 7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게임 정보 유튜버 '김성회의 G식백과'에 출연하여 해당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과거 필자는 이준석 전 대표를 비판한 적이 있었고, 그 생각은 현재까지도 변함이 없다. 그럼에도 이준석을 평가절하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월간조선의 한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이준석은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의 여론을 참고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본인의 지지자들이 많이 모여있는 '에펨코리아 정치/시사 게시판'을 주로 살피는 모습을 보인다. 소위 말해 '펨코 정치'를 하는 것이다. 이런 정치 방식은 자칫하다 '확증 편향의 오류'에 빠지기 쉽고 논쟁의 경중이 가벼워진다는 단점이 있으나, 현재 대중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는 이슈를 파악하기 매우 편리하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를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페미니즘에 반감을 가진 계층에게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보수 진영이 페미니즘에 대항하는 방식'이라면, 대한민국의 보수주의는 아무런 발전도 없을 것이라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이준석의 펨코 정치는 기존 정치권의 타겟과 다른 틈새시장을 노렸을 뿐, 포퓰리즘적 성격을 띈다는 점은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이준석의 '펨코 정치'는 원칙 없이 팬덤의 입맛에 휘둘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개딸 정치'와 본질적인 측면에서 별 다를 것이 없다.

 

실제로 이준석은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슈에 관해서 상당히 모순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대표적인 예시로, 과거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에 황보승희 의원(부산 중구·영도구)을 임명한 것이다. 황보승희는 여성지역구할당제를 주장한 '남녀동수포럼'의 공동대표를 맡은 바 있는데, 이는 그간 이준석이 '여성할당제'를 반대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다. 심지어 그는 황보승희가 여성가족부가 후원하는 페미니즘 행사 '페미니스트 정치와 동수(Parity)'에 참석하는 것을 흔쾌히 허락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또한 이준석은 5월 개최된 서울대학교 강연에서 '가정용 화장실이 바로 유니섹스 화장실'이라는 기적의 논리를 선보이며, 성별 문제에 대해서 "수술여부가 아니라 본인이 규정하는 젠더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3세대 페미니즘과 결이 같은 주장을 스스럼없이 말한 것이다. 이는 결국 원칙없는 '반페미니즘'의 한계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 기독교계가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차별금지법 반대 위주의 담론'은 대안이 될 수 없다. 현재 기독교계의 차별금지법 반대 담론은 주로 동성애를 포함한 성소수자 문제에 집중되어 있으며 페미니즘에 대한 문제의식은 곁다리로 취급되는 경향이 크다. 설령 페미니즘에 대한 문제의식이 깊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것은 '정상가족을 파괴하는 페미니스트' 자체이지, 페미니즘 색채가 강한 제도적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삼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다시 말해 '기독교계가 문제삼는 부분'과 '대중들이 페미니즘에 가지는 불만'이 상당히 괴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기독교 보수주의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대중의 지지가 아닌 싸늘한 냉소 뿐이다.

 

우리는 기존 국민의힘에서 나눠왔던 반페미니즘 담론, 그 너머를 보아야 한다. 즉 보수주의적 원칙을 기반으로, "페미니즘과 싸우면서 가져야할 원칙은 무엇인가", "페미니즘을 어떻게 반대할 것인가", "우리가 비판하는 '페미니즘'은 과연 무엇인가" 등의 질문에 진지하게 답할 때가 왔다. 이에 대한 숙고가 국민의힘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민의힘은 그저 웰빙 포퓰리즘 정당으로 전락해버릴 것이고 제대로 된 보수정당으로서 입지를 다지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특히나 현재 국민의힘은 반민주당 성향의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짬뽕정당'이 되어있다. 그리고 과거 민주당을 지지했다가 이들에게 실망해 지지를 철회한 사람들에게 무한한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시가 진중권 교수, 노정태 논객 등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에게는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이, 현재 이준석과 뜻을 같이 하는 이언주 전 의원,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갑) 등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는 점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이들 모두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 이들 모두 보수정당의 미래를 논하기에는 그 색채가 명확하지가 않다. 심지어 진중권은 아무리 당원권이 정지되었다 하더라도 정의당 소속이었다.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에게 찬사를 보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은가.

 

가정을 포함한 기존에 존재하던 사회적 가치들을 해체하는 동시에,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페미니즘에 관해 '좌파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있다. 예를 들어, 박가분 평론가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대한민국의 페미니스트들을 비판해왔으며, 이번 스튜디오 뿌리 사태에 대한 페미니즘 진영의 반응에 관해서도 비판하는 칼럼을 중앙일보에 투고했다. 최소한 우리는 이정도로 꾸준하게 문제의식을 가져왔는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보수 진영이 페미니즘에 대한 문제의식을 '먼저' 제시하고 우위를 점하는 것은 힘들더라도, 최소한 여론의 흐름에 괴리되어서는 안 된다. 동시에 보수주의적 원칙에 입각하여, 보수주의자로서의 줏대를 지켜야 한다. 만일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 그저 페미니즘이 불러올 문제를 묵인해버린다면, 좌파진영이 해당 이슈를 선점할 것이고, 보수주의적 '반페미니즘' 운동이 성공하기는 기대할 수 없다.

 

분명 새로운 물결은 몰아치고 있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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