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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선택권은 저소득층의 학력에 해를 끼칠까?

'교육 선택권의 확대는 고소득층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선입견이 횡행
美 텍사스와 애리조나 주의 저소득층 학생 학력 평가 결과는 그러한 예상과 달라

 

  미국 텍사스 주의 인기는 고공행진 중이다. 낮은 세금과 규제 철폐 덕분에 테슬라, 오라클 등 IT업체가 실리콘밸리서 대거 옮겨와 경제 호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텍사스 기적"의 일부가 되기 위해 2021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35만 명의 주민이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2위에 해당한다. 즉 텍사스의 민간 경제는 매우 성공적이다.

 

  반면, 텍사스의 공립학교 제도는 우려스러운 쇠퇴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텍사스 외곽(rural)에서 더 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텍사스 외곽의 공립학교 관계자들은 교육 개혁을 위한 주요 조치, 즉 교육 선택(Education choice)에 저항하는 최전선에 서 있다. 그들은 "가정에 더 많은 교육 선택권을 주는 것은 공립학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텍사스 주민들 역시 과반수 이상(60%)이 교육 선택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특별히 더 주목할 만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선입견과는 달리 ① 소수자(Minority)인 라틴계 응답자들 사이에서도 지지율이 높았다(65%)는 것과 ② 외곽에 위치한 카운티(Culberson 97%, Edwards 89% 등)에서 매우 높은 지지율이 나왔다는 것, 그리고 ③ 모든 정치성향에서 과반수 이상(민주당 53%, 무소속 53%, 공화당 70%)의 지지율이 나왔다는 것이다.

 

  또한 많은 연구 결과들 역시 오히려 '교육 선택권이 학생들과 교사들 모두에게 유익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를 텍사스 주와 애리조나 주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 텍사스 주와 애리조나 주의 교육 환경

 

  텍사스와 애리조나는 크고 성장하는 대도시 지역과 넓은 외곽 지역을 가진 국경(Border) 주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주에는 공통적으로 히스패닉 학생들이 많으며, 애리조나는 오클라호마 다음으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북미 원주민 학생들을 교육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텍사스와 애리조나의 학생 인구는 백인보다 "소수자(Minority)"가 더 많다.

 

  그러나 그들의 교육 체계의 방향성은 정반대였다. 애리조나는 미국에서 교육 선택의 자유를 가장 광범위하게 보장하고 있는데, 특별히 외곽 지역만을 비교해보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플로리다, 인디애나, 오하이오, 위스콘신 등 비교적 큰 교육 선택 프로그램을 오랜 기간 동안 운영해온 주들도 애리조나만큼 좋은 외곽 지역의 교육 선택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이는 애리조나가 1994년 이래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선택의 폭을 넓혀 온 덕분이다. 

 

※ 차터스쿨 제도와 자유입학 제도

 

  1994년, 애리조나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차터스쿨(Charter School, 자율형 공립학교) 제도와 주 전역에 걸친 자유입학(Open enrollment, 거주지역 밖의 학교에 입학) 제도를 채택하고 주 전체에 걸쳐 차터스쿨 인가 위원회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기존 학교가 신규 학교 설립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다른 주들에서보다 애리조나에서 차터스쿨이 쉽게 설립되도록 한 것이다. 교육 선택권이 보장된 환경에서는 기존 학교들이 신규 차터스쿨을 경쟁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애리조나는 학교들이 등록금을 공개하도록 요구했으며, 학교들이 다른 학군에서 전학 온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효과가 있었다. 애리조나는 현재 공립학교 학생의 22%(1위)가 차터스쿨을 다니고 있으며, 강력한 지역 개방형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2017년 Phoenix 지역(애리조나 주의 주도이자 최대도시)을 분석한 결과 약 절반의 학생들이 차터스쿨(16%)이나 거주지역 밖의 학교(30%)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학교나 홈스쿨 재학생을 포함하면 Phoenix 지역 학생들의 대다수는 지역 학교 이외의 학교에 다닌다. 이렇게 자유입학 제도와 차터스쿨 제도가 정착된 환경에서 학교들은 다른 학교에 학생들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며 경쟁 상태에 놓이게 된다.

 

※ 장학금 공제 정책과 교육저축계좌 정책

 

  1997년, 애리조나는 차터스쿨 제도와 자유입학 제도에서 멈추지 않고, 미국 최초의 장학금 공제 정책을 시행했다. 이것은 납세자가 비영리학교에 기부한 경우, 주 소득세에 대해 달러 당 1달러의 공제를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애리조나는 이후 제도를 점차 확대하면서 현재는 수천 명의 외곽 학생들이 이를 통한 장학금을 사용하여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다.


  또한 2011년, 애리조나는 미국 최초의 교육저축계좌(ESA) 정책을 만들었다. ESA를 통해, 비공립학교 학부모들은 공립학교를 다녔으면 받았을 보조금의 90%를 사립학교 등록금, 과외, 교과서, 온라인 코스, 특수 치료, 대학 코스 등 다양한 교육 상품과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다. 애리조나는 2022년 주지사 Doug Ducey가 모든 학생들에게 자격을 확대하는 법안에 서명하기 전부터 여러 차례 학생 자격을 확대해왔다. 2022년 현재 애리조나 학생의 약 7%가 장학금 공제 정책 및 ESA의 혜택을 받고 있다.

 

※ 마이크로 스쿨의 부상

 

  팬데믹 이전까지 애리조나에서는 '마이크로스쿨링(Micro-Schooling)'이 번성했다. 마이크로스쿨은 자신의 아이들의 교육을 목적으로 협력하는 가정들의 모임으로서, 일반적으로는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소규모(5~15명)로 운영한다. 일부 마이크로스쿨들은 대규모(150명 이상)의 학생들이 등록되어있기도 하며, Arizona State University Prep, Acton Academy, Adamo Education, Great Hearts, Kai Pods, and Prenda가 운영하는 학교들도 이에 해당한다.

 

  마이크로스쿨은 기존 학교가 달성하기 어려워하는 개개인의 학생에 대한 맞춤화 수업을 제공하며 기존 학교의 대안이 되고 있으며, 차터스쿨 제도나 ESA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재정이 운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학교의 모델들은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의 상향식 노력의 결과라는 점이다. 이들은 대도시가 아닌 외곽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를 충족하는 학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 교육 선택권의 결과

 

 

  위 그래프는 2007년과 2022년의 애리조나, 텍사스 및 미국전체의 외곽지역 4학년과 8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NAEP(National Assessment of Educational Progress)의 수학과 읽기 평가 점수의 증감을 보여준다. 외곽지역을 평가대상으로 하는 이유는 미국 내에서 교육 선택권 확대 정책에 대한 반대의견의 핵심이 '해당 정책이 도심에는 유익을 주지만 외곽지역에는 피해를 발생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가결과는 이러한 우려를 잠잠하게 한다.

 

  NAEP에 따르면, 애리조나 외곽지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평가기간 동안 나아지거나 근소한 감소에 머무른 반면, 텍사스 외곽지역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는 같은기간 동안 모든 지표에서 감소하기만 했는데, 특히 8학년 학생들의 경우 미국전체 평균에 비해 3배의 감소를 보이고 있다. 당 평가에서 10점은 한 학년 수준에 해당하므로, 오늘날의 텍사스 8학년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2007년의 8학년보다 두 학년 아래, 읽기 수준은 한 학년보다 조금 더 아래이다.

 

 

 

  Stanford Educational Opportunity Project는 2008년과 2018년 사이에 애리조나 학생들이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학업 성장을 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소득 수준으로 학생들을 분리했을 때, 애리조나의 학생들은 저소득층 학생들과 중간 소득층 및 고소득층 학생들 모두에서 성장률 1위를 유지했다. Stanford Educational Opportunity Project는 "3~8학년 대부분의 교육 기회는 학교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평균 학습률은 학교의 질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 그래프는 애리조나와 텍사스의 외곽지역의 공립학교(차터스쿨 포함)의 평균 학업 성장률을 제시하며, 각 점은 한 학군을 나타내고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연간 NAEP의 평균 학업성취도를 올린 학군은 "0%"선에 해당한다. 그 선 위의 점들은 평균적으로 1년 이상의 학업 성취를 이룬 학군을 나타내고, 선 아래의 점들은 10년 동안 평균적으로 1년 미만의 학업 성취를 보인 학군을 나타낸다. 이에 따르면, 애리조나 외곽지역 공립학교의 학생들은 텍사스의 외곽지역 공립학교 학생들보다 빠른 속도(10%>4%)로 학력이 성장했다.

 

※ 교육 선택권은 유익하다

 

 

  애리조나는 어떤 한 학생의 주소지(ZIP Code)를 기준으로 주소지 내의 차터스쿨을 조회했을 때 한 곳의 차터스쿨이라도 있는 학생의 비율이 가장 높은 주(84%)이며, 외곽지역의 학생에게 주어진 세금 공제 장학금이 지난 10년 사이에 163% 증가한 주이고, 외곽지역 학생의 사립학교 등록 건 수가 지난 8년 사이에 98% 증가한 주이다. 애리조나의 외곽지역 학생들은 다른 어떤 지역의 외곽지역 학생들보다 훨씬 더 많은 교육 선택권을 누리고 있다는 뜻이다. 

 

  교육 선택권은 저소득층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들을 해쳐 그들에게 피해를 주기는커녕, 애리조나의 나머지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줬으며, 제공되는 것들은 오히려 다양해졌고, 그들의 학업 성취도는 평균을 상회했다. 

 

  하지만 교육 선택권이 확대되는 것은 학업 성취도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것은 학생과 학부모들, 그리고 교사들이 그들의 삶과 미래를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와 메리트가 제공되는 체제라는 것이다. 획일적인 공교육 체계는 다양한 수요를 가진 학생과 학부모들, 그리고 교사들을 충족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경쟁력있는 학교의 설립과 교사의 창의적인 연구개발, 그리고 자신만의 비전이 있는 학생이 등장할 수 있는 유인을 제거한다.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그들만의 학교를 자유롭게 설립할 기회를 주는 것은 양질의 학교가 세워지고 운영될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유'라는 가치를 믿고 배팅해보는 것이기도 하다. '자유'는 '평등'과는 달리 어떤 열매를 가져다줄지에 대한 확실성은 떨어지지만 그 자체로 선하며 역사적으로도 선한 열매를 맺어왔다. 그리고 '자유'는 부산물로 '경쟁'을 생산한다. '경쟁'은 학생뿐만 아니라 학교와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끊임없는 연구를 장려하여 현행 공교육 시스템에서는 상상치 못할 유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데일리인사이트 김상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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