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D.C - 수요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이 테네시주가 시행한 ‘미성년자 대상 성전환 치료 금지법(SB 1)’에 대해 ‘합헙’이라 판결했다. 6대 3의 다수 의견으로 내려진 이번 판결은 청소년에게 호르몬 치료나 사춘기 억제제, 성전환 수술 등의 의료행위를 주 정부가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현재, 25개 이상의 주에서 유사한 입법이 추진되거나 시행중인 가운데, 이번 연방대법원의 결정은 향후 성전환 치료를 둘러싼 법적 지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SB 1 법안은 2023년 테네시주에서 제정된 ‘미성년 성전환 치료 금지법’으로, 이 법은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사춘기 억제제 ▲교차 성호르몬 ▲성전환 수술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만약 의사나 병원 측이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2만5천 달러의 벌금과 의사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으며, 치료를 받은 본인 또는 가족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테네시주는 이번 법안의 목적에 대해 그간 “미성숙한 청소년의 비가역적 의료 피해를 예방하고, 부모의 양육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원고 측은 해당 법안이 연방헌법 제14조 평등보호조항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다수 의견을 제시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판결문에서 “법은 성별에 따라 차별하지 않으며, 나이나 특정 치료 방식에 대한 합리적 규제로 판단된다”고 발혔다. 그는 “대법원의 역할은 정책의 롷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헌법의 합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소수의견을 제시한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과 엘레나 케이건, 케이탄지 브라운 잭슨은 “이번 판결은 향후 여성 및 성소수자에 대한 평등 보호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성전환 청소년은 극소수이며, 이들이 겪는 고통이 정책적 실험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히 엇갈렸다. 법안을 발의한 스콧 체피키 테네시 주 하원의원은 “이번 판결은 테네시 주민의 의지를 확인시킨 쾌거”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 측은 ‘아동 보호’와 ‘의료 윤리’를 내세우며 대법원의 결정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특히, 플로리다주 법무장관 팸 본디는 “부모가 자녀의 건강을 결정할 권리를 지켜낸 것”이라며 “다른 주들도 즉시 동일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미디어 및 논객들도 힘을 보탰다. 보수 논객 맷 월시는 “이번 판결은 아동을 젠더 이데올로기로부터 지켜내는 역사적 변환점”이라 평가하면서 “미 전역에서 트랜스젠더 의료가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 언론사 데일리 와이어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 전환 시도는 실질적인 ‘신체 훼손’에 해당한다”며 성전환 시술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반해 좌파 시민단체와 인권단체, 일부 의료계는 이번 판결이 성소수자 청소년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ACLU(미국시민자유연맹)의 체이스 스트란지오 부국장은 “이번 판결은 미국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며 “우리는 입법, 사법, 사회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워나갈 것”이라 밝혔다. 실제 AP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일부 트랜스젠더 아동을 둔 가족들은 “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다른 주로의 이주를 고려 중”이라고 밝히며, 절망감을 표하고 있다.
미국소아과학회를 비롯한 일부 의료 단체는 “‘성별확정 치료(Gender-affirming care)’는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예상에 효과적인 치료방식”이라 주장하며 “이번 판결이 청소년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 “일부 극소수의 사람들로 다수의 청소년들이 그간 생명을 위협 받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판결은 미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 의료를 둘러싼 가치 충돌이 얼마나 치열한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주권, 부모의 권리, 의료 윤리, 인권의 경계가 서로 맞물리면서 충돌하는 시점에서,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기준과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판결 이후 아칸소, 미주리, 플로리다, 텍사스 등 공화당 성향의 주정부들이 유사한 법안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이며, 민주당이 장악한 주에서는 반발의 목소리와 함께 연방정부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는 움직임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데일리인사이트 서대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