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 시각) 협상 테이블에 앉은 국가에 대한 징벌적 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한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 측의 보복 관세에 따라 관세를 1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내셔널리뷰에 따르면,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가장 심각한 위반자'에 대한 보복 관세에 관하여 75개국 이상이 미국과 새로운 무역 협정을 협상할 의사를 밝혔고 이에 따라 기준 세율인 10%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한 협상이 진행되는 기간인 90일 동안은 이들에 대한 관세를 동결할 것을 약속했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서는 "국제 시장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는 관세를 125%로 올릴 것이고, 이는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로 상무부, 재무부, 무역대표부를 비롯한 75개국 이상이 무역, 무역장벽, 관세, 통화조작, 비통화관세 등에 관해 논의 중인 주제에 대하여 협상하기 위해 미국 대표를 불렀고, 이들이 미국에 어떤 방식으로든 보복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90일간의 관세 적용 일시 중단과, 해당 기간 동안 10%의 대폭 인하된 상호 관세를 즉시 발효하도록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표 직후 주가는 급등했고, 3대 주요 지수는 모두 7% 이상 급등했다. 다우존스와 S&P 500 지수는 5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0% 이상 급등했다. 월스트리트는 트럼프가 10%의 최소 관세와 전 세계 여러 국가에 대한 훨씬 높은 관세율로 구성된 국제 관세 패키지 발표 이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관세가 소비자 물가를 즉각적으로 크게 상승시키고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일부는 관세가 미국 경제를 빠르게 침체에 빠뜨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트럼프의 관세 조치 발표 이후,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3월 이래로 최악의 하락세를 보였다.
트럼프를 지지했던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과, JP모건의 CEO 제이미 다이먼은 트럼프가 관세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면 경제적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예측하는 월스트리트의 주요 인물 중 하나였다. 골드만삭스 역시 경기 침체를 예상했지만, 관세 조치 유예로 해당 예측을 철회했다. 이러한 관세 적용 일시 중단에 관하여 트럼프는 월스트리트에 혼란을 가져다 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사람들이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며 "약간 두려웠던 것"이라고 고백했다.
트럼프가 대상 국가에 부과한 보복 관세율은 '관세율'이 기준이 아니라 해당 국가와의 '총 무역적자'를 기준으로 했다. 그는 무역적자가 미국이 '착취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며, 무역적자가 국가별 소비와 수요의 차이, 그리고 생산의 특화로 인한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일축한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협력의지를 보이는 동맹국들과의 협상에 열려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번 주 초 대한민국, 일본의 정상들과 무역 및 기타 중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베센트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10%의 기준 관세율을 적용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트럼프가 이전에 부과했던 25%의 관세율을 적용받지만,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에 포함된 품목은 예외다. 그리고 트럼프의 관세 유예 조치는 자동차에 부과된 25% 관세와 같은 특정 품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스콧 베센트와 저는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가장 놀라운 진실을 담은 게시물 중 하나를 작성하는 동안 함께 앉아 있었다"며 "전 세계는 국제 무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할 준비가 되었지만, 중국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대미관세를 84%까지 인상하기로 결정하자, 트럼프는 미국의 대중관세를 104%에서 125%로 인상했다. 이러한 상호 갈등은 트럼프가 중국의 보복관세율 34%에 대응하여 대중관세를 50% 인상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자유시장 싱크탱크인 기업경쟁력연구소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라이언 영은 "트럼프의 10% 보편관세는 유지되고, 중국에는 100%를 넘는 관세를 부과한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관세는 가격 상승을 지속시키고, 불확실성은 장기투자를 계속 마비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중국의 대미관세는 트럼프가 2일 '해방의 날' 관세 패키지로 중국에 부과한 34%의 관세와 맞먹는 수준이다. 그 이전 트럼프는 중국이 펜타닐 반출과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한 마약 유입을 억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20%의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트럼프가 원하는 한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일 준비가 되었다고 밝혔다.
베센트는 지난 9일 폭스 비즈니스의 '모닝 위드 마리아'에서 "중국이 실제로 협상에 참여하고 싶지 않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중국은 국제 무역 시스템에서 가장 큰 위반자"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은 현대 세계 역사상 가장 불균형한 경제를 가지고 있고, 저는 이러한 악화가 그들에게 손해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피터 나바로 트럼프 정부 무역 고문은 관세가 단순히 협상 전략이 아니라는 점을 강력히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경제적 결과에 관계 없이 관세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관세 협장에 관심을 가지는 중인지에 관해서는 엇갈린 메세지를 내놓으며 경제적 불확실성을 가중시켰다.
실제로 나바로의 강한 관세 지지 입장은 트럼프의 최대 후원자이자 자문 위원 중 한 명인 일론 머스크와의 공개적인 불화를 불러왔다. 머스크의 사업이 고관세율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슬라의 주가는 트럼프의 상호관세 유예 발표 이수 14% 이상 급등했고, 많은 대형주들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유럽연합은 이미 트럼프에게 보복적 무역 전쟁 대신 산업 관세를 0%로 상호 인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해당 제안이 미국과 27개 회원국의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후 유럽연합은 4월 15일부터 발효되는 미국에 대한 첫 번째 보복 관세를 승인했다.
이스라엘,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들은 트럼프와 협상 이후 관세 인하를 위한 합의를 도출할 의지를 분명히 했다. 베센트는 각각 '맞춤형' 협상은 별도로 진행될 것이며, 트럼프가 직접 협상에 참여할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