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해당 기사는 디스패치의 케빈 D. 윌리엄슨이 작성한 칼럼을 번역한 것으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의 경제관을 비판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개입 보다는 경쟁을 통해 실현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내가 젊었을 적인 80년대, 내 친구 중 한 명은 디지털 계기판이 달린 차를 한 대 가지고 있었는데, 나는 그게 마치 최첨단 기술인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 친구는 이따금 "터보 차저 밟는 거 한번 봐봐"라고 말하곤 했는데, 속도계는 시속 60km에서 95km까지 순식간에 치솟았다.
물론 레이건 시대에 나왔던 경제형 자동차 모델에 탑재된 그 작은 4기통 엔진이 텍사스주 러벅의 루프 289번 도로에서 갑자기 타이어에 불이 붙을 정도로 엄청난 화력을 낸 것은 아니었다. 그저 시속 마일과 시속 킬로미터 사이를 왔다 갔다 했을 뿐이다. 이 말은 내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농담 중 하나였고, 우리는 당시 십 대들처럼 형편없는 차를 몰았을 뿐이었다.
여기서 보여주는 교훈은 바로 측정 단위를 바꾼다고 해서 현상의 실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만일 고용주가 바로 내일부터 달러 대신 엔화로 급여를 지급한다고 말한다면, 급여 명세서의 숫자는 원래 금액의 약 146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소득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단지 기준을 달리 했을 뿐이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환전 수수료 때문에 소득이 더 줄은 것이긴 하다.)
그렇다면 길이를 생각해보자. 인치, 센티미터, 마일, 킬로미터는 단위를 바꿀 수 있지만 1인치는 항상 2.54 센티미터로 고정되어 있다. 그러나 경제학에서는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1달러가 항상 1달러 만큼의 가치를 가지는 것도 아니고, 146엔의 가치를 가지지도 않는다.
소득은 여러가지 방식으로 측정 가능하고, 그 결과는 매우 다양하다. 작년 임금이 10% 증가했다면, 미국 달러 기준으로는 10% 더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지난 12개월 동안 가격이 약 30% 오른 금으로 환산한다면 훨씬 낮아진 것이다. 즉, 소득은 달러 기준으로 10% 더 높아진 것이라고 쳐도, 금, 달걀, 주택 등으로 환산하면 더 낮아진 걸수도 있다. 그리고 아스테라 랩스 주식이나 경유 1갤런으로 환산하면 10% 이상 더 높아진 것이다.
경제적 공백 상태에서의 월급 명세서 숫자는 아무 의미가 없다. 임금은 가격과 연관지었을 때만 의미가 있다. 중요한 것은 수표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그 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느냐이다. 말리부 해변가 부동산 가격이 50달러이고, 롤스로이스가 10달러라면, 연봉 1만 4000달러를 버는 이는 엄청난 부자다. 그러나 중위 가격대 주택이 40만 달러를 넘는 상황에서 6자리 수 소득은 그리 자랑할 것이 아니다. 1920년대 독일에서 빵 한 덩이가 2000억 마르크에 달했을 때, 7~9자리 수 소득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스콧 베센트 같은 사람들에게는 아무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그는 헤지펀드 전문가로, 현재 트럼프 정부의 재무부장관을 맡고 있다. 물론 이는 미국이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에서 그의 도움을 '고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욕 경제 클럽 연설에서 베센트는 "저렴한 상품에 대한 접근성이 아메리칸 드림의 본질이 아니다. (중략) 아메리칸 드림은 모든 시민이 번영, 상향적 이동성, 경제적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선언했다.
'상향적 이동성'은 더 높은 실질임금을 의미하며, 해당 맥락에서 '실질'은 '인플레이션 조정', 즉 전체 가격에 비해 더 높은 임금을 말한다. '저렴한 상품'은 비교적 '낮은' 실질 가격의 상품을 의미하며 임금보다 가격이 낮은 상품을 의미한다. 뉴욕 경제 클럽 회원들은 이를 조용히 비웃으며 학문적 경제학의 기술 용어로 '낮은 실질 가격'과 '높은 실질 임금'이 똑같은 일이라는 것을 간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나는 하나가 다른 하나만큼 좋다거나, 하나가 다른 하나를 유용하게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3+2나 2+3이 똑같이 5인 것처럼 둘은 같은 것이다. 가격에 비해 높지 않은 높은 임금은 '높은 임금'이 아니며, 임금에 비해 낮지 않은 낮은 가격은 '낮은 가격'이 아니다. 각각은 다른 것에 따라 측정된다.
나는 스스로를 서민들의 호민관으로 선출한 것은 아니지만, 저소득층들은 억만장자나 거의 억만장자에 가까운 헤지펀드 괴짜들로부터 소비자 가격이 얼마나 충분히 높지 않은지, 그리고 미국인의 임금에 비해 가격이 낮은 '싸구려 상품'이 문제의 일부라는 이야기를 덜 들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아이비리그 교육을 받은 얼간이가 아니라면, 미국인들이 그들이 원하는 물건이 넘쳐나서 '감당 가능한 가격'으로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로 퀄리티가 괜찮은 신발 한 켤레는 50년 전에 비해 미국 근로자에게 훨씬 저렴해졌고, 이러한 추세는 기술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제품에 적용된다. 자동차는 70~80년대에는 (임금과 비교했을 때) 훨씬 비쌌을 뿐 아니라 2025년형 혼다 시빅이나 기아 소울과 비교하면 완전히 성능이 뒤쳐졌다.
그러나 미국인들이 진정으로 중시하는 몇 가지 것들, 즉 교육, 의료, 주택 등에는 이런 주장들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품목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품목은 국제적으로 거래된다. 다시 말해, 의미있는 측면에서 가장 부진한 성과를 보인다면 세계화의 압력으로부터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는 것이다.
교육과 의료는 상당히 경쟁적인 시장 주도 밖에서 제공되며, 건설과 마찬가지로 이는 지리적으로 제한된다. 토지 이용 규제에서 다양한 종류의 가격 통제에 이르기까지 정책적 선택은 이러한 시장에서 혁신, 투자 및 풍요로움을 저해한다.
위치에 따른 일자리는 수십년 동안 명백한 이유로 더 나은 실질 임금과 연관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일자리는 쉽게 해외로 이전할 수는 없지만 의료 및 건설과 같은 산업에 비교적 많은 수의 이민 노동자가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때로는 일이 노동자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때로는 그 반대로 행해지기도 한다. 시장에 정치를 강요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은 가능한 곳마다 다시 영향력을 미치려고 할 것이다.
베센트 등의 인물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점은 경제적 측면에서 그들이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은 대학 등록금, 의료 및 주택이 미국 우정국이 아니라 아이폰과 더 유사한 가격-품질-혁신 경로를 따랐다면 훨씬 더 잘 달성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즉, 정부가 개입해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제안하는 것은 공공부문과 같은 기능 이상 시장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숨막히는 보호 조치를 미국 경제 전체에 적용하여, 첨단 기술 경제를 필라델피아 공립학교나 세인트루이스 경찰서, 또는 팔로알토의 주택시장처럼 만드는 것이다. 더 저렴한 주택담보대출이나 보험료가 온전한 '아메리칸 드림'일까? 물론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둘 다 미국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월마트의 가격인상'이라고 생각하는 준문맹적인 게임 쇼 진행자와 그 어리석은 헤지펀드 심복들에게 휘둘리지는 않고 있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