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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 모델: 성 구매자 처벌했더니 강간율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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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인간 행동, 인지, 사회학 연구 결과를 다루는 과학 뉴스 저널 사이포스트에 게재된 기사를 번역한 것으로, 성매매 정책 중 하나인 '노르딕 모델'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다룬다.

 

인구경제학 저널(Journal of Population Economics)에 게재된 한 연구는 스웨덴의 성매매 금지 조치가 낳은 의도치 않은 결과에 대해 다룬다. 이에 따르면, 매춘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가 예상치 못한 강간 사건 증가로 이어졌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매춘 규제는 전 세계적으로 많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제다. 미국에서는 네바다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매춘을 불법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덴마크와 같이 매춘을 비범죄화한 국가가 있는가 하면, 스웨덴,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의 국가에서는 성매매를 전면 금지하는 노르딕 모델을 채택하기도 하였다.

 

노르딕 모델은 성 노동자를 처벌하기보다는 복지로 지원하는 한편, 성 구매자만을 처벌하는 정책이다.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해당 정책이 성 노동자가 아닌 성 구매자를 처벌하면서 인권을 보호하고 인신매매를 줄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이 관련 범죄를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양적 증거는 드물고, 주로 질적 증거만 나왔다.

 

이에 리카르도 치아치 코밀라스 폰티피칼 대학교 경제학 조교수는 지난 3월 '성 구매 금지로 강간 사례 증가: 스웨덴의 증거'라는 제목으로 연구를 발표했다. 치아치는 "지금까지 경제 문헌은 매춘 비범죄화가 강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지만, 매춘의 범죄화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연구는 매춘의 범죄화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치아치는 해당 연구를 위해 1997년부터 2014년까지의 스웨덴 국가 범죄 예방 위원회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1999년 스웨덴에 노르딕 모델이 도입되기 전과 후의 범죄율을 분석할 수 있었다.

 

또한 분석의 잠재적인 편향성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여러가지 고급 통계 기법을 사용했다. 여기에는 법률 시행 시기를 활용하는 '회귀 불연속성', 항공편 이용 가능성을 성 관광 접근의 대용치로 사용하는 '도구 변수 기법', '사건 연구 분석 및 퍼지 차이 추정 기법' 등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접근은 성 구매 금지의 영향을 범죄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요인들로부터 독립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

 

연구의 주요 결과에 따르면, 노르딕 모델은 성범죄를 줄이는 대신, 신고된 강간 범죄의 수를 크게 증가시켰음을 시사한다. 구체적으로 1997년과 2014년 사이, 성매매 금지 시행 이후 강간 사건은 약 44%에서 62%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물론 치아치는 강간의 증가가 성매매 공급의 감소 때문이라는 확증을 찾지는 못했다. 대신, 연구 결과는 합법적으로 성을 구매할 수 없는 환경이 일부 사람들로 하여금 강간을 저지르게 만들 수 있는 '수요 주도 효과'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러한 결론은 개인을 성착취로부터 보호하고 성범죄를 줄이는 수단으로서 성매매를 범죄화 하는 것의 타당성에 정면적으로 도전한다. 해당 연구의 함의는 법률의 의도가 매춘 수요를 줄이고 그로 인해 피해를 줄이는 것이었지만, 실제 효과는 '더 해롭고 합의되지 않은 성폭력으로 대체되는 것'일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치아치는 사이포스트에 "매춘 구매를 범죄화하면 강간 사건이 증가한다는 인과적 증거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첫째, 이러한 결과가 성매매를 범죄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데에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이런 사고의 흐름은 성매매를 범죄화하지 않으면 강간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에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둘째, 매춘이 유료로 이뤄지는 강간(Paid Rape)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결과는 사회가 인간의 행동을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는 강간 범죄의 증가를 타겟으로 삼는 추가적인 조치가 수반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논의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이러한 정책이 강간 범죄를 타겟으로 삼는 정책과 동반되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치아치는 연구 내의 일부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해당 연구에서 사용된 데이터는 지역 단위로 수집되었으며, 이는 법의 효과가 적용되는 방식에 있어 미묘한 지역적 차이를 포착하지 못 했을 수 있다. 더군다나 신고된 범죄에 의존하는 것은 강간과 같은 중범죄의 연구에서 종종 등장하는 문제인 '신고되지 않은 사건'을 놓쳤을 수 있다는 허점도 존재한다.

 

이에 그는 매춘과 강간의 관계를 더욱 깊게 탐구하고, 더 효과적인 공공 정책을 알리고자 하는 열망을 표며앴다. 여기에는 이상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 수준과 같은, 더욱 세부적인 데이터가 포함될 것이고, 잠재적으로 결과의 타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적 접근을 탐구할 것이다.

 

"불행히도, 이런 주제들은 경제 문헌에서 오래 전에 잊혀졌다"고 치아치는 말했다. "이제 우리(경제학자들)는 이를 탐구할 경험적 도구(인과 추론 방법)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런 문제들을 연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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