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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과연 문재인 정부만 문제일까?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상근부대변인을 지냈던 백지원씨가 최근 개인 유튜브 채널에 '저출산과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논평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은 페미니즘이 사회에 미친 악영향들부터 '퐁퐁남'이라는 멸칭이 등장하게 된 배경까지 통틀어 결혼 및 출산 기피현상의 원인에 대해 짚고 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명쾌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청년층이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결혼이 개인에 삶에 손해가 된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정확하게 꼬집었으며, 문재인 정부 당시 여러가지 페미니즘 정책과 남녀 갈라치기 등으로 사회적 경계심이 높다는 점도 언급했다. 다만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은 '과연 문재인 정부의 친페미니즘적 정책과 비뚤어진 연애결혼관을 조명하는 매체들이 현 저출산의 근본적인 원인인가'라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뿐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런 것들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고 생각한다. 분명 문재인 정부 당시 합계출산율은 1.05명에서 0.78명으로 20%p 가까이 하락했다. 또한 현재 초저출산을 심화시킨 원흉 중 하나가 '문재인 정부'의 친페미니즘적 정책으로 인한 남녀갈등 증폭이라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마치 '본질적인 문제'라고 조명하게 된다면 성별갈등 담론은 그저 프레임 전쟁에 국한될 뿐, 거기서 더 나아갈 순 없다고 생각한다. 젊은 층들로 하여금 연애, 결혼 및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관찰예능 또한 마찬가지다. 

 

이러한 것들이 튀어나오게 된 이유는 '수요층'이 이미 존재했기 때문이다. 급진적 페미니즘 광풍은 문재인 정부 이전인 2015년 메갈리아의 등장으로 시작했으며, 그 이전에도 남녀간의 갈등은 존재했다. 연애결혼 및 육아의 리스크에 대한 담론들 역시 관찰예능이 존재하기 전에도 존재했다. 오래 전부터 인터넷 커뮤니티를 해왔던 사람들이라면 주식 갤러리 등에서 꾸준히 '너네들은 결혼하지 마라' 같은 유부남들의 게시글들이 종종 올라왔던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즉, 현재의 초저출산은 대중들이 양지에서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와 같은 음지에서만 이야기할 수 있는 '불편한 이야기들'이 누적된 결과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의 인터넷 문화 및 대중들의 기저심리에 관한 이야기들을 빼놓고서는 저출산에 대해 논해봤자 큰 소득이 없을 것이다. 

 

물론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문재인 정부 역시 남녀 갈라치기에 큰 공헌을 했다. 그들은 페미니즘 담론을 '정치화'하고 '대중화'시켰다. 여성가족부를 통해 수많은 페미니즘 운동 단체들을 국민 혈세를 들여 지원을 했다. 또한 성평등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여성할당제 강화, 여성 전용 정책들을 만들어 도리어 성별 갈등을 심화시켰다. 

 

그렇지만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들이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정의당 소속의 심상정 후보는 두말할 것 없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역시 그랬다. 이를 보면 당시 정치계가 '페미니즘'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페미니즘이 점차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는 점 역시 알 수 있다.

 


한국의 페미니즘은 어떻게 정치적 주도권을 가져왔나


한국의 페미니즘은 메갈리아의 등장 이후로 상당히 역변했다. 이전까지는 페미니스트들이 대외적으로는 '여성인권'적 측면을 조금 더 강조했다면, 메갈리아의 등장 이후로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내놓기 시작했다. 또한 메갈리아의 산물이라고 불리는 '영페미니스트'(Young Feminist)는 기존 여성운동계와는 상당히 이질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여성운동이라는 특징 빼고는 크게 연결점이 없다.

 

이렇게 본다면 영페미니스트들이 주도권을 잡을 이유는 없어보인다. 그럼에도 왜 이들은 정치적으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을까. 좌파운동 역사를 살펴보면 '전위당론'(Vangaurdism)이라는 것이 있다. 해당 이론은 카를 카우츠키의 '노동자 조직론'을 소련 초대 위원장 블라다미르 레닌이 발전시킨 결과물이다. 전위당론의 요지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생디칼리즘과 같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은 실패했으니, 혁명가들로 구성된 전위대를 만들어 노동자들을 '지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레닌의 이러한 아이디어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아나키스트 진영으로부터 유토피아적 엘리트주의라는 비판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레닌은 소비에트 연방을 세우는 데 성공했고, 전세계적으로 공산주의를 퍼뜨렸다.

 

한국에서 영페미니즘 열풍이 불었던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영페미니스트들로 이뤄진 여성단체들은 그들의 어젠다를 체계화했고 메갈리아, 워마드, 트위터, 여성시대 등의 여초 커뮤니티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냈다. 결국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메갈리아 인증을 선두로, 정치계는 영페미니스트들의 손을 잡아주게 되었다.

 

여기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이 쌓아왔던 빌드업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메갈리아, 워마드와 같은 음지 커뮤니티에서만 유행하고 그칠 수도 있었던 담론이 정치세력화에 성공했다는 것은 해당 담론을 체계화하고 조직적으로 퍼뜨릴 수 있었던 조직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담론은 아직 체계화되지 못했다. 필자는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페미니즘은 정치권에서 상당히 조명받고 있지만,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주장들이 정치권 내에서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체계화되지 못한 인터넷의 반페미니즘 담론은 의미가 없나


그럼에도 체계화되지 못한 음지 담론 역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가령, 백지원씨의 영상에서 언급된 '설거지론'은 이름만 '설거지론'이 아닐 뿐이지,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에서 2015년부터 나돌던 이야기였다. 당시에는 아는 사람들끼리 암암리에 전해지던 내용이었지만, 2021년부터 설거지론은 대중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고 결혼기피현상을 더욱 심화시켰다. 

 

인터넷에서만 이야기되는 담론이라고 무시하면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여성운동계에서 심심하면 나오는 '남성혐오적 담론'도 처음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던 내용이었다. 이것이 체계화되고 정치화된 것은 '여성단체'라는 조직이 존재했기 때문이지, 내용 자체의 합리성이 아니다.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안티 페미니즘' 역시 전위조직을 필두로 하여 체계화에 성공한다면, 정치권 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시도 중 일환으로 보수 기독교계의 '패밀리즘', 자유주의 계열의 '남성인권 담론' 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현재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가장 큰 유권자층인 2030 남성들의 담론들을 집대성한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보너머 유관단체 '공론장과 이야기들'의 박세환 대표 역시 이러한 점을 지적하면서 "1917년 소련을 만들어낸 이들은 '인텔리 계급'이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어찌보면 현재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반페미니즘 담론'이 정치권 내부적으로 힘을 못 쓰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페미니즘에 적대적인 보수단체들이 할 일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2030 남성들의 여론에 집중하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다. 이들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특히 '자유주의적'인 성향을 띄는데,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문화를 검열하는 것에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는 과거 문재인 정부의 https 검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게임검열 사태 등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은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특혜에 가까울 정도의 과한 복지에 적대적이다. 가령 여성 1인가구 지원, 여성 전용 아파트, 여성할당제 등,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에게 적용되는 정책들의 필요성에 의문과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2030 남성들은 지난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윤석열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열광했다. 물론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 여성가족부를 존치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이들의 뒤통수를 후려쳤지만, 보수단체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와 함께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지지해주고, 연대한다면 정치권에서도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며, 청년층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정치계는 생각보다 보수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쉽게 변하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국민의힘과 같은 보수정당 계열은 기성세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신세대의 담론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그러나, 한번 이 과정이 성공한다면 현재 대한민국을 갉아먹은 페미니즘의 병폐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남성 유권자들의 정치적 소외감과 박탈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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