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여당과 야당은 국민연금 모수개혁안(보험요율 13%, 소득대체율 43%)을 합의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내건 3가지 전제조건을 수용했다. 이는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출산 및 군 크레딧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이다.
다행히도 아시아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협의는 무산될 가능성이 존재하게 되었다. 이들이 구조개혁을 논할 연금특위 구성에 대해 합의된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국민의힘이 야당과 손잡고 어중이떠중이식 날치기 개악을 해내는 것보다는 이렇게 뭐라도 안 맞아 무산되는게 훨씬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쯤되면 합의를 스스로 파토내주는 민주당에게 고마워질 지경이다. (물론 민주당은 어떻게든 연금개악을 단독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기 때문에, 여전히 비판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다.)
이전 연금연구회의 긴급성명문을 보도할 때 설명된 내용이지만, 작금 논의되는 모수개혁안은 재정안정화 효과가 전무하다. 지급되기로 약속된 돈에 비해 부족한 기금의 액수인 미적립부채가 2025년 기준으로 2060조원에 달했고, (1825조원이었던 2023년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장 보험요율을 21.2%까지 올려야하지만 보험료 13%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심지어 8년에 걸쳐 인상을 하다보니 재정불안정이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민연금 지금보장 명문화다. 이는 현행 국민연금법 제3조의 2에 규정된 국가의 국민연금 지속가능성 확보 의무를 '연금 급여 지급보장 의무'로 개정하자는 것인데, 이대로라면 사실상 지속가능성을 위해 국민연금을 개혁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어차피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부과식 보험료로 전환해서 연금을 지급하면 되는 것이다. 설령 국고투입을 한다 하더라도 그저 보험료가 '세금'으로 바뀌는 것으로, 미래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조세 부담으로 바뀌는 것 외에는 하등 아무런 차이가 없다.
국회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점은 젊은 세대가 국민연금을 불신하는 이유를 오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젊은 세대들이 제도를 불신하는 이유는 그들이 연금을 수령할 나이가 되었을 때, 연금을 수령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국민연금 제도 자체의 구조적 결함에 따른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 구조는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과하게 편중되어 있고, 후세대로 갈수록 점점 저출산이 심각해졌다. 이런 사회구조에서 기존 연금제도 및 노인복지 제도를 유지할 경우, 청년세대의 부담이 압도적으로 가중된다. 젊은 세대들이 "차라리 안 내고 안 받고 싶다"고 주장하는 것에는 바로 이러한 배경이 존재하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2024년 10월 7일부터 8일까지 연금개혁청년행동에서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의견이 29.4%, 30대에서는 29.0%, 40대에서는 31.8%에 달했다. 연금수령 시기가 상대적으로 가까워지는 50대와 연금을 수령 중인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는 아무리 높아도 10%대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국민연금에 관한 불신여론이 청년세대에서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연금개혁청년행동에서는 연금개혁을 진행할 때, 반드시 자동조정장치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자동조정장치란 인구구조와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국민연금의 보험요율과 소득대체율을 자동으로 조정하게 만드는 일종의 산술식으로, OECD 국가 38개국 중 24개의 나라가 도입한 제도이다. 이를 도입하게 된다면, 보험요율과 소득대체율이 동시에 조정되어 청년층과 노령층, 둘 중 하나에게 연금에 대한 부담이 편중되는 불상사를 방지할 수 있다.
물론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었을 때, 연금이 과도하게 삭감되거나 막중한 보험료를 부담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부분에 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 실제로, 독일 같은 경우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고 하더라도 공적연금 보험료의 상한선과 소득대체율의 하한선을 지정해두고, 이를 넘어설 경우 국가가 경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해두고 있다. 야당은 자동조정장치가 '자동삭감장치'라면서 단순히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사례들을 조사하고 연구하여 어떻게 국민연금 제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
오히려 현재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민연금 지급보장을 명문화해버린다면 앞으로의 구조개혁 자체가 상당히 방만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순히 "국세를 투입해서 연금을 지급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야당측에서는 재정안정에 관해서 '세금을 투입하여 청년 세대의 부담을 줄이면 된다'는 식으로 주장 중이기 때문에 완전히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문제는 국세를 투입하게 된다면 이는 또 다른 차별과 노동력 착취를 발생시키게 된다는 점이다. 일단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일정부분 소득이 존재하는 사람들이 가입하게 되어있지만, 세금은 모든 사람들이 부담한다. (간접세까지 포함하면 최극빈층까지도 부담하는 것이 세금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들과 연금 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람을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납세자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세금으로 국민연금 재정을 지원하게 된다면, 이는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최극빈층을 오히려 차별하는 결과를 낳는다.
더군다나 현재 연금제도로 최대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안정적인 소득이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현재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중 51%는 배우자 소득이 월 400만원 이상이다. 또한 국민연금 가입자의 약 60%가 중위소득(1인당 월 222만원) 이상의 소득수준을 가지고 있고, 저소득층 비율은 약 30% 밖에 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국민연금에 세수가 투입된다면 소득재분배 효과는 커녕, 국민연금 제도 자체가 상위중산층 기득권들의 배불리기 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세대는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공적연금제도를 방만하게 운영하려고 한다면 앞으로의 노동인구들은 막대한 국민연금 보험료를 감당해야 한다. 실제로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 이후 연금 운영 방식이 부과식으로 전환된다면, 국민연금 보험료는 최대 43.2%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월급의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수준을 국민연금 하나 때문에 납부해야 하는데, 4대보험을 전부 통틀어서 생각해보면 노동자들의 월급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이것이 국가가 국민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여야 막론하고 정치권은 연금개혁을 똑바로 하라. 아무리 정치권이 썩고 곪았다고 한들, 정신머리까지 썩어빠지면 곤란하다. 젊은 세대의 부담은 나몰라라 하고, 그저 "우리만 연금 받을 수 있으면 그만"이라는 도덕적 해이는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국민들을 죽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청년자살률 1위, 저출산율 1위 등 수많은 오명을 뒤집어 쓴지 오래되었는데, 이렇게 위기의식 없이 '우리만 아니면 그만'이라는 집단 이기주의를 언제까지 가지고 살 것인가?
이런 나라에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앞으로 살아가면서 막대한 국가부채와 연금보험료 등을 부담하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도대체 이런 나라에서 누가 살고 싶다는 것인가. 제발 위기의식 좀 가지시라. 이 정도로 청년층들을 쥐어짜고 흔들면 청년들이 가만히 있을 줄 아는가? 우리는 절대 그런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