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 시각) 진행된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었고, 카말라 해리스 후보는 패배했다. 현재 경향신문 등, 대한민국 언론에서는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한국 페미니스트 진영이 주장했던 '비혼·비출산' 운동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마치 미국 대통령 선거가 '성별 싸움'이 전부였던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대통령 선거 이전까지만 해도 이전까지 없던 역사적인 성별 간 격차가 발생할 것처럼 예상되었다. 지난 8월 폴리티코는 "연방대법원의 '돕스 대 잭슨' 판결로 인해 불붙은 낙태권 논쟁으로 여성들이 2022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면서 성별 격차가 확대되었다"며 "J.D. 밴스가 부통령으로 지목된 것과 여성들에게 불리한 것 같은 트럼프의 등장은 이런 추세를 더욱 가속화하는 듯하다"고 보도했다.
또한 퀴니피악 대학교 여론조사 분석가인 팀 말로이는 "미시간주와 위스콘신주에서는 해리스를 지지하는 여성과 트럼프를 지지하는 남성의 수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며 "투표소에 누가 더 많이 나오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의식한 듯, 해리스의 선거 광고는 여성들을 향해 "공화당을 지지하는 남편이 반대하더라도 민주당에 투표하라"고 독려했다. 영화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출연한 해당 광고에서는 남편과 함께 투표소에 온 여성이 건너편에 있는 여성과 눈을 마주치고 이내 해리스에게 표를 던지고 투표소를 나온다. 또한 나레이션은 "미국에서 여성의 선택권이 보장되는 유일한 곳에서는 원하는 대로 투표할 수 있고, 그 선택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출구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전례없는 성별 격차는 실현되지 않았다. 물론 남녀 간의 지지 정당의 경향성 차이는 존재했지만, 이는 이전 선거와 유사한 격차였다. CNN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에게 투표한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약 10%p의 성별격차가 존재했다. 남성의 42%는 해리스에게, 55%는 트럼프에게 투표했으며, 여성의 53%는 해리스에게, 45%는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라틴계와 흑인 유권자들 사이에서의 격차는 백인보다 더 컸다. 백인 남성의 60%와 백인 여성 53%는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그러나 흑인의 경우, 남성의 21%와 흑인 여성의 7%가 트럼프에게 투표했으며, 라틴계의 경우 남성의 55%와 여성의 38%가 트럼프를 지지했다. 즉, 백인은 남녀 간 격차가 7%p, 흑인은 14%p, 라틴계는 17%p였다.
과거의 출구조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향성을 보였다. 2020년 대통령 선거 출구조사에서는 남녀 간에 9~12%p의 성별 격차가 발견되었다. 2016년 대통령 선거 당시 여론조사에서도 약 8~11%p의 격차가 발견되었다.
즉, 남성과 여성 사이의 투표 경향성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역사상 최고로 극심할 정도는 아니었으며, 그간의 선거에서 보여왔던 격차와 유사했다. 이에 리즌은 "민주당은 여성에게 주로 어필하는 데 관심을 보이는 당으로 바뀌는 반면, 공화당은 남성들에게 광범위하게 어필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기존의 성별 격차를 크게 확대하지는 못하는 듯 하다"고 평론했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