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겨레에 '공적연금의 본질 훼손할 ‘청개구리’ 대통령 개혁안 [왜냐면]'이라는 제목으로 대통령실의 연금 개혁안을 비판했다. 주요 논지는 "대통령의 연금 개혁안은 재정계산위와 국회 연금특위에서 한번도 논의된적 없거나 반대 및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으며, 개혁 역시 근본적으로 모수개혁이지 구조개혁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연금 개혁안이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남 교수의 주장은 동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비판의 여지가 상당하다. 먼저 자동안정장치에 관해서 이야기해보자. 남 교수가 언급했듯이 자동안정장치는 해외에서 이미 도입한 사례가 많다. 자동안정장치는 자동조정장치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인구구조, 경제지표, 재정수지 등에 따라 연금 수령액 및 보험료율이 자동으로 조정되게 설정한 규칙이다. OECD 회원국의 3분의 2가 해당 제도를 이미 도입했고, 이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과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14개 국가 뿐이다.
자동안정장치는 연금제도가 정권의 성격에 따라 임의적으로 변경되기보다는, 더욱 규칙적이고 투명하며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반복적인 연금개혁 논의로 소모되는 정치적, 사회적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이런 장치들을 기를 쓰면서 반대하고 정치권과 공론장에 꺼내지도 못하게 만든 것은 다른 누구들도 아니고 소득보장론자들이다. 당장 인터넷에 자동조정장치를 검색해보면 한겨레, 경향신문 등 언론들은 소득보장론을 내세우는 사회복지학 교수들의 말을 빌어 '자동안정장치'를 도입하면 청년세대 급여율이 20% 줄어든다며 극구 반대를 외치고 있다.
어찌보면 웃긴 말이다. 소득보장론자들의 주장대로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채택한다면 기금 고갈 시점에서 연금 재정 방식이 '부과식'으로 바뀌게 되는데, 그렇게 된다면 보험료율이 최대 35%까지 치솟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청년세대들은 훨씬 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사실상 소득보장론자들은 앞에서는 청년들을 위하는 척을 하면서, 그 후폭풍은 나몰라라 하는 셈이다.
특히 '더 내고 더 받는 안'은 인구소멸이 진행 중인 국가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은 기초 상식만 있어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보험료를 낼 세대가 줄어드는데 이들보고 노인들을 전적으로 책임지라는 것은 그야말로 '생산가능인구 노동착취'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자동안정장치를 도입을 하자고 주장한 정부는 시의적절한 주장을 꺼낸 셈이다. 다시 말해, 이를 시민사회의 공론장으로 꺼낸 것은 그 누구도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었다는 것이다.
자동안정장치가 '모수개혁'이라는 남 교수의 주장 자체도 말장난이다. 자동안정장치가 연금액을 깎는 결과를 낳았다면 현재 대한민국이 초저출산 사회에 돌입했으며, 경제적인 불경기가 예상되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애초부터 연금을 깎으려고 한 것이 아니다. 상술했듯이 자동안정장치는 정권에 따라 연금정책의 방향성이 바뀔 수 있다는 문제점을 차단한다. 연금의 시스템 자체를 바꿔버리는 것인데 이것이 구조개혁이 아니면 무엇인가?
그리고 세대별 차등보험료 인상은 현재 상황으로서 불가피한 것이다. 아무리 청년층 사이에서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존재를 한다 하더라도, 앞으로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기간을 생각한다면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달리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 오히려 모든 세대의 보험료율을 똑같은 속도로 인상한다면, 결과적으로 청년 세대가 납부한 보험료가 중장년층보다 훨씬 많은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이것은 전적으로 청년세대에게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국민연금의 미적립부채는 2023년 기준으로 1825조원으로 추산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2050년에 해당 부채는 6105조원으로 4배 이상 불어난다. 미적립부채는 연금 충당 부채에서 적립기금을 뺀 것인데, 이는 결국 미래세대가 보험료 및 세금 납부로 메워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더 내고 더 받자고 무작정 주장하고 있으니, 한겨레 칼럼 기사 댓글창의 반응도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듯하다.
더군다나 남 교수는 국민연금의 '세대 연대 원리'를 강조하면서 글을 마무리지었는데, 사실상 현 국민연금 제도가 미래세대를 노예로 만들고 있다는 점을 시인하는 셈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교수가 떳떳하게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소름돋는다.
남 교수는 그동안 공공부조 정책을 연구하면서 연금의 '사회보장적 측면'을 강조했다. 그렇기에 연금을 노후복지 정책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다. 결국 국민연금은 노인인구의 증가 및 핵가족화에 대비하여 박정희, 전두환 정부 당시 국민들의 노후를 위해 정부가 연금을 걷어서 노후 빈곤을 해소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면서 국민연금 수령 대상자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하면서 국민연금은 현재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돈을 걷어 '노인'들에게 돈을 주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사실상 '카드 돌려막기' 수준의 복지정책이 되어버려, 이제는 전 국민이 기금 고갈을 우려하게 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세대들이 "차라리 안 내고 안 받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치권이 나서서 청년과 미래세대를 대놓고 착취하겠다고 선언하는데 이에 동의할 정신나간 청년이 어디 있는가?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최소한 청년세대와 보험료를 납부해나갈 노동자들을 고려하는 시늉은 보이고 있으며, 이에 반대하는 것은 남 교수를 포함한 소득보장론자들이다.
남찬섭, 당신이 틀렸다. 그대의 잘못된 생각으로 마땅히 행해야 할 연금 정책을 그르친다면, 청년들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세대가 돈 내라면 내고,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는 호구로 보이는가?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