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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향한 오마이뉴스의 극우타령, 이젠 귀가 따갑다.

 

15일, 오마이뉴스에는 '극우적 주장 득세하는 남자 고등학교 교실 풍경'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투고되었다. 해당 글의 주요 요지는 "남자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극우적 담론'이 널리 퍼져있으며, 이로 인해 약자 혐오와 무한경쟁 의식이 학교를 장악해가는 현실이 우려스럽다"는 점이다. 

 

오마이뉴스가 전형적인 좌파언론이다보니 이런 칼럼이 올라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보수적인 담론을 조금만 꺼내기만 해도 극우타령하는 것이 자칭 '진보정치'의 현 주소이기 때문에 오마이뉴스가 이러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물론 오마이뉴스에서 언급하는 '극우 청소년'(*각주 : 필자는 해당 용어에 동의하진 못하지만, 편의상 이렇게 언급하겠다.) 사이에서 나도는 담론들을 전부 동의할 수는 없다. 분명히 비판할 거리가 존재하는 주장들이고, 입체적으로 봐야 할 사안을 과도하게 단순화시켜 바라본다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런 점은 오마이뉴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닌가? 분명히 이들의 담론 속에는 나름의 근거들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를 단순히 '유튜브를 신봉하는 극우 청소년들의 헛소리'로 치부하는 모습은 오마이뉴스 역시 이들의 주장을 보고 싶은대로만 단순화하여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필자는 고등학생 시절을 오마이뉴스가 비판하는 '극우 청소년'의 모습으로서 살아왔다. 당시 학생들을 상대로 사상적 주입을 시도하려는 전교조 교사와 논쟁을 벌이기도 했고, 생활기록부에 적나라할 정도로 나의 주관을 뚜렷하게 밝히기도 했다. 그런 입장에서, 오마이뉴스가 비판한 극우 청소년들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오마이뉴스의 기사가 어떤 측면에서 비판받을 만한지'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극우 청소년은 전교조 사상 주입의 결과물


오마이뉴스는 극우 청소년 득세의 뿌리를 '일간베스트'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에서 찾는다. 이들은 극우 청소년들의 행태가 2010년대 초중반에 10~20대 사이에서 맹위를 떨쳤던 '일베'가 진화하여, 이제는 양지로 나와 당당히 토론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일베가 극우 청소년의 사상적 뿌리라고 한다면 그것은 이상하다. 일베는 '사상'이란 것이 딱히 없는 '유머 커뮤니티'이기 때문이다. 혹여나 그들이 진화해서 극우 청소년이 된 것이라면, 오마이뉴스가 주장한 것처럼 양지로 나설 일은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시 일간베스트에서 유행하던 유머글들은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웠고, 지금 보더라도 어지러운 글들도 많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크게 담론장을 형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극우 청소년들이 '득세'하면서 '페미 척결의 전사'로서 자리매김했다는 대목이다. 이를 보면 오마이뉴스가 비판하는 극우 청소년들이 학생들 사이에서 어느정도 지지를 받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극우 청소년들의 득세가 왜 생겨났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들이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세력을 불렸는지에 집중해야 맞는 것이 아닐까.

 

오마이뉴스에서 이야기하는 극우 청소년적 담론은 '시험 능력주의', '이승만과 박정희 재평가', '외국인 노동자 비하', 'PC주의와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있다. 이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은 이런 담론들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 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주장들은 하나 같이 기존 '전교조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주입하던 것과는 반대된다는 점이다.

 

필자는 이를 근거로 이러한 극우 청소년적 담론을 키워낸 원인이 '전교조의 사상 주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한국 근현대사를 돌이켜보면, 교육계에서 벌어지는 '사상 주입'은 학생들 사이에서 반발을 가져왔다. 박정희·전두환 정권 당시의 '반공교육'이 운동권 세대의 친북적 성향을 만든 것처럼 말이다. 현재 전교조의 사상 주입 역시 '진보 세력'에 반발하는 또 하나의 담론을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전교조 교사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PC주의와 페미니즘'은 남학생들에게 불만일 수 밖에 없다. 성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남성 청소년들에게 '잠재적 가해자'라는 망발을 일삼아왔던 것이 작금의 성교육의 현 주소가 아니던가. 또한 '정치적 올바름'과 '여성인권'이라는 미명 하에 여성에게는 의무 면제 및 권리 확대를 하는 반면, 남성에게는 오히려 의무만 늘리자고 주장하는 것이 페미니즘 진영이었는데, 자라나는 남학생들이 이를 좋게 볼리는 만무하다.

 


아이들을 극우로 몰아가지 마라


이런 나름대로의 이유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오마이뉴스는 이런 전후 맥락을 전부 무시한 채 '극우'로 아이들을 몰아가고 있다. 참 '오마이뉴스'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슬픈 것은 진보 정치에 발을 걸친 사람들의 대부분의 태도가 그렇다는 것이다. 마치 자신의 말이 전부 옳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은 절대악인 것처럼 여기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언제는 아이들이 잘못된 길을 가면 '어른들의 잘못'이라면서 점잖은 척은 다 하더니, 사상적으로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 만으로 '극우 청소년'으로 낙인 찍어버리는 행동은 도대체 어디서 배운 행동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다고 한들, 이런 기사를 올렸다는 것은 정말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극우로 몰아가지 마라. 그들은 기존 시스템과 담론들에 불만을 가졌고, 자신들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아낸 것이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어른답게 그들과 진중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해결법일 터이다. 최소한 그들이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야 한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나의 담임 선생님은 페미니스트셨고, 나와 종종 언쟁을 벌이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담임 선생님께서 페미니즘 강연 하나를 듣고 서로 이야기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셨고, 그날 나는 전교조 울산지부 사무실에서 최태섭 작가의 북콘서트를 들었다. 물론 북콘서트 자체의 퀄리티는 너무 허접해서 이야기할 가치조차 없지만, 그 날 담임 선생님과 페미니즘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주로 비판점)을 깊게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다.

 

진정한 스승이라면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 제자의 생각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선생님으로서 자신의 생각 역시 나눠줄 수 있어야 학생 입장에서도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단순히 '극우 청소년'으로 몰아가는 것은 선생으로서 적절한 행동도 아닐 뿐더러, 학생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오마이뉴스의 기사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만일 오마이뉴스의 스탠스가 현재 진보진영 대다수의 스탠스와 비슷하다면, 대한민국의 '진보정치'는 사망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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