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권선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정협의회를 열고 연금개혁안을 논의했지만 32분만에 파행되었다. 파행된 이유는 국민의힘 측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3%안을 민주당 측이 수용하지 못한 것이 컸다. 사실상 모든 논의가 원점으로 회귀했다.
현재 민주당 측에서 주장하는 연금개혁은 구조개혁 없이 단순 모수개혁만으로 보험료율을 13%, 소득대체율을 44%로 조장하자는 안이다. 즉, 윤석열 정부에서 주장했던 자동조정장치를 전면적으로 반대하고 그저 '더 내고 더 받자'고 주장한 것이다.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소득대체율 상승을 고집하는 것은 민주노총,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소득보장론을 강경하게 주장하는 집단들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금개혁 문제는 단순히 얼마나 많이 보장하느냐의 문제로 끝날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 제도 자체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세대 노동자들의 부담을 현재 세대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세대 간 연대 원칙도 함께 지켜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에서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경제상황과 인구구조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연금개혁의 핵심 과제로 삼았던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6일에 돌연 여야협의회에서 "자동조정장치 없이 소득대체율 43%를 도입하자"고 합의했다. 일단 모수개혁을 먼저 이뤄낸 다음에 추후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구조개혁 문제와 함께 논의하자고 민주당과 의견을 모은 것이다. 이미 근본적인 구조부터 결함이 많은 국민연금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의견이 맞춰지지 않으니 모수개혁부터 해치워버리자는 심보로 보일 수 밖에 없다.
민주당이 하자는대로 '더 내고 더 받기'식의 모수개혁만 단행했을 때의 문제는 기금 고갈 이후 부과식으로 부과되는 최대 보험료율에 있다.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의 개혁안 두 가지인 '더 내고 더 받기'(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와 '더 내고 그대로 받기'(보험료율 15%, 소득대체율 40%)의 경우를 비교해보자. 전자는 최대 보험료율이 43%까지 상승하고 후자는 35%로 상승한다. 어느 쪽이던 미래세대의 부담은 크지만, 더 내고 더 받자고 주장할수록 미래 세대의 부담이 더 커지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게 된다면 이러한 부담을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가 함께 부담할 수 있게 된다. 경제와 인구 상황에 따라 자동적으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함께 조정되기 때문에 한쪽만 일방적으로 부담을 져야하는 불합리성이 덜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독일과 같은 자동조정장치를 우리나라보다 먼저 도입한 나라들의 경우, 보험료율의 상한선과 소득대체율의 하한선을 정해두고 있어 과도하게 보험료가 오르거나 연금액수가 감액되는 일을 막는다. 국회에서는 이 부분을 논했어야 했다.
또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자동조정장치의 도입은 필수적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7일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에게 연금개혁 관련 여야협의회 결과 보고를 받고 "자동조정장치는 수치를 다루는 모수 개혁이며, 노후 소득 보장과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고 강조하며 "여당에게 다시 한번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그만큼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중요한 과업인 것이다.
민주당 측에서 '소득대체율 43%'안을 수용하지 못해 협의가 결렬된 것은 오히려 잘된 일이다. 빨리 일을 해치우려다 근본부터 잘못된 연금개악을 행하느니, 구조개혁까지 완수하는 것이 국민들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일이다. 애초부터 모수개혁만 할 것이었음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일도 아니다.
국민의힘은 이제부터라도 정신차리고 국민연금 제도의 본질적으로 잘못된 구조를 바로 잡는 것에 신경쓰기를 바란다. 민주당의 경제담론에 끌려다니기만 해서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구조개혁까지 완수해서 후일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재평가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빨리 일을 해치우다 모든 일을 그르칠 것인가? 기억하라, 국민들은 다운그레이드 민주당을 뽑아줄 이유가 전혀 없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