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딸을 만들고 살해한 우생학주의자, 스페인 실화

  • 등록 2023.08.06 00: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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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우생학의 시대, 심각한 윤리적 문제
창조주를 모방한 '인간 피그말리온'의 비극

  우생학(Eugenics,優生學)은 우수한 종을 만들기 위해 인간의 생물학적 개량을 목표로 한다. 인류를 유전학적으로 개량하여 뛰어난 종으로 바꾸려는 학문이다. 유대인과 집시, 슬라브인들을 말살하는 우생학적 시도를 국가주도로 추진한 나치는 지금까지도 비난받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불임수술을 자행한 일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신 우생학”(New eugenics)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신 우생학은 리버럴 우생학(liberal eugenics)이라고도 불린다. 일부 생명윤리학자들은 부모가 자녀에게 인생에서 유리한 출발을 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서 가르치는 호주인 Julian Savulescu는 유전적으로 계량된 "디자이너 아기"(Designer baby)를 강하게 지지한다. ”우리는 인간 종으로서 우리 자신을 발전시킬 의무가 있다.”(As a species, we have a moral obligation to enhance ourselves)고 공개적으로 밝힌다.

 

"유전학 덕분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아이들의 범위가 주어질 때, 우리는 단지 동전을 던져 운에 맡기는 것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기능적인 사회 구성원들이 될 배아들을 선택해야 한다." 

 

"When the science of genetics allows us to choose between the range of children that we could have, between those that will have better lives for themselves and be better functioning members of society, we ought to select those embryos rather than just tossing a coin.” 

 

 

  현재 과학기술 수준으로 ‘맞춤형 아기’를 가지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유전적으로 계량된 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어떤 비극이 일어날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추측할 수 있다.

 

 

  우생학 추종자 오로라 로드리게즈(Aurora Rodriguez)는 1879년에 마드리드의 유명한 진보적인 정치인과 프리메이슨주의자의 딸로 태어났다. 페미니스트이자 사회주의자였던 그녀는 이상적인 아이를 만드는 것에 집착하게 되었다.

 

  그녀는 "인간 조각상으로서, 인류의 척도이자 마지막 구원자인 가장 완벽한 여성"을 만들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결혼을 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아기를 만들기 위해 아이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똑똑한 남자인 군인 목사를 찾았다.

 

  1914년 그녀의 딸, 힐데가르트 레오카디아 조지나 에르메네길다 마리아 델 필라르 로드리게스 카르발레이(Hildegart Leocadia Georgina Hermenegilda María del Pilar Rodríguez Carballeira)가 태어났다.

 

  힐데가르트가 두 살이 되었을 때, 읽기가 가능했다; 세 살 때 그녀는 펜을 잡고 편지를 쓸 수 있었다. 네 살 때 그녀는 타자를 치고 피아노를 칠 수 있었다. 힐데가르트가 10살이 될 때까지, 그녀는 스페인어뿐만 아니라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라틴어도 말했다. 13살에는 대학 공부를 시작했다.

 

  14살에 그녀는 여성 인권을 위한 선전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어머니 오로라는 그녀를 페미니즘 입장에서 교육했고, 힐데가르트는 성적 개혁과 사회적 개혁에 관한 수 많은 기사와 에세이를 썼다. 언론은 이 십대 신동을 "붉은 처녀"라고 불렀다. 힐데가르트의 피임 팸플릿은 일주일 만에 매진되었다. 곧 세계 성 개혁 연맹의 스페인 지부의 비서가 되었는데, 그 지부의 회장은 스페인 지성인들의 선구자였던 그레고리오 마라욘 박사이다. (마라욘은 우생학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힐데가르트는 하브록 엘리스(Havelock Ellis)와 매그너스 허쉬펠트(Magnus Hirschfeld)를 포함하여,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성학자들(sexologists) 중 일부와 친구가 되었다. 영국 소설가이자 과학 작가인 H.G. 웰스는 그녀를 런던에서 그와 함께 일하기 위해 초대했는데, 어머니 오로라는 그가 그녀를 영국 비밀정보국에 영입하려고 한다고 생각해 분노했다. 오로라는 파렴치한 성범죄자로서의 그의 명성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힐데가르트는 그녀의 어머니와 점차 소원해졌다. 그녀는 젊은 사회주의자와 낭만적으로 교제하게 되었고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점점 회의적이 되어갔다. 1932년에 그녀는 "마르크스가 잘못 생각했나요? 사회주의는 실패했나요?"라는 수필을 썼다. (¿Se equivoco Marx...? ¿Fracasa el Socialo?)

 

  오로라는 몹시 실망했고 정치에서 시간을 낭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성의 삶의 조건들을 개선하기 위해 낳았다고 불평했습니다. 결국 1933년 6월 9일, 오로라는 권총을 들고 자는 동안 딸의 머리와 가슴에 세 차례 총을 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경찰에 자수했다. 그녀는 어떠한 반성도 표현하지 않았다. 그 재판의 신문 보도에 따르면:

 

"오로라는 딸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을 선언하면서, 그녀는 딸을 총으로 쏘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고, "새로운 우생학적 방법으로 세상을 개혁하라"는 요구를 받았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총을 쏘겠다고 주장했다.

 

"Proclaiming passionate love for her daughter, she insisted she had good reason for shooting her, and would do so again a thousand times in the same circumstances, as she was “called to reform the world by new eugenic methods’”.

 

"오로라는 “조각가로서 작은 결함이라도 발견한다면, 작품을 부숴야한다.”라고 말했다."

The sculptor, after discovering the most minimal imperfection in his work, destroys it,” she explained.

 

 

  오로라의 범행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배심원단은 그녀가 미쳤는지 아닌지만 판단하면 되었고 1955년 정신병원에서 사망했다.

 

  1936-39년 스페인 남북전쟁이 있기 전, 스페인은 물질적으로 빈곤했지만, 지적으로는 현대 사상의 발흥이 일어났다. 따라서 우생학도 유행했다. 오로라와 힐데가르트의 이야기는 역사, 영화, 그리고 소설에 영감을 주었던 스페인에서 악명이 높다. 그러나 영어권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에는 아마존 프라임의 스페인 계열사가 이 사건을 영상화 하고 있다. 폴라 오르티스가 감독한 "힐데가르트"는 "사극, 로맨스, 스릴러 그리고 약간의 진정한 범죄"의 혼합물로 홍보되고 있다.

 

 

 현재 최상단 노출되는 네이버 웹툰 <자매전쟁>은 천재 조각가 어머니가 자신을 재현한 ‘완벽한 딸’을 창조해 스스로 신이 되고자 하는 변형된 피그말리온 모티프의 웹툰이다.

 

 

  완벽한 딸을 만들기 위해 친딸과 입양할 딸을 경쟁시키고 끊임없이 시험한다. 완벽한 조각가의 딸이 되기 위해서 서로 경쟁하는 두 소녀의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은 어머니에게 저항하며 실제 자아를 찾아간다.

 

  한편으로, 이 웹툰의 성공은 우월한 기준에 자신을 맞춰야 하는 상황을 청소년들이 공감한다는 근거이도 하다. 청년 세대 가치 규범의 해체가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그 원인은 기존에 지적되는 물질만능주의, 성과주의의 본질은 우생학적 사고방식일 수 있다.

 

  오로라와 힐데가르트의 비극은 만들어진 인간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일부 피그말리온과 같은 사람들은 부패하고 소유욕이 강한 독재자일 수밖에 없다. 어머니 오로라는 페미니스트 피그말리온이었다. 피그말리온 같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창작물에 불완전성을 받아들이는 것을 꺼린다.

 

 예를 들어, 상업적인 대리모 출산은 의뢰인 부모가 완벽한 아기를 가지고 싶어서 행하는 일종의 원시적인 우생학이다. 보조생식술은 부모(그리고 의사)에게 부모가 자식들의 존재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착각을 준다. 이런 이유로 우생학, 심지어 "신 우생학"을 계속해서 금지하는 매우 좋은 이유가 된다.

 

  오로라와 힐데가르트가 기독교에 집요하게 적대적이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갈라테아를 조각한 피그말리온은 그녀의 "자유"를 존중했다. 그러나 '인간 피그말리온'에게는 불완전한 갈라테아는 산산조각이 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결함이 있는 돌에 지나지 않았다.

 

데일리인사이트 이재영 기자 |

이재영 기자 ljybest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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