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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한국을 잠식한 반일감정

호밀밭의 우원재는 일제 덕에 잘 먹고 잘 산다고 말한 적이 없다.

 

지난 19일, 연합뉴스는 '일제 통치 미화 영상'으로 논란이 된 부산의 한 중학교가 해당 영상을 상영한 교사를 징계하고 수업과 업무에서 배제시켰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논란의 교사는 각종 기념일을 앞두고 기념일이 왜 생겼는지 교육하는 '계기 교육' 업무 담당자였으며, 학교 측은 다양한 시각에서 기념일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해당 영상을 선정했었다고 밝혔다.

 

현재 연합뉴스를 포함해 일제히 입을 모아 '일제 미화'라고 이야기하는 동영상은 유튜버 '호밀밭의 우원재'(이하 우원재)가 업로드한 '당신이 몰랐던 일제강점기의 팩트들'이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해당 영상은 15일 보배드림을 포함한 일부 커뮤니티에 해당 영상이 퍼날라진 이후 집단적인 댓글 테러를 받았으며 그 다음날 유튜브 측으로부터 헐벗은 조선 민중 사진을 이유로 19세 미만 시청 제한 처분을 받아, 영상을 잠시 비공개로 돌린 뒤 17일 다시 공개했다.

 

 

그런데 과연 해당 영상이 사람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처럼 마냥 '일제를 미화하는' 친일적인 영상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원재의 영상에는 일제의 국권침탈을 정당화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되려 영상의 말미에는 "일본이 자국뿐만 아니라 타국에까지 강요한 제국주의·전체주의·군국주의는 현대 자유민주적 관점에서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며 "나아가 한일 병합을 근거로 모든 권리를 빼앗아가고 국가성 자체를 지우려고 했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반도 주민들을 향해 이뤄진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차별은 비판받아 마땅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우원재가 역사를 왜곡한 것도 아니다. 영상에서 언급된 '예방주사 의무화', '방역 정책' 등은 당시 언론을 그대로 인용한 내용이었으며, '공립병원 설립', '건강진단 시행 추이', '1인당 은행 예금 추이' 등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또한 근대적 사법체계가 확립되었다는 등의 내용마저도 행정안전부의 자료 등을 인용했다. 대부분이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가 공인한 자료와 검증이 끝난 학술적 자료들을 바탕으로 다뤄진 내용이다.

 

이런 영상을 통해 우원재가 이야기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바로 작금과 같은 상황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는 위 영상의 고정 댓글을 통해 "사실을 바탕으로 담담하게 과거사를 조명하는 일이 논란이 된다는 것 자체가, 무려 2024년 대한민국의 담론 수준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졌는지 실감케 한다"고 말했다. 맞는 이야기다.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의 역사 담론은 단순히 선과 악의 구도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하는 일차원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일제 당시 '데라우치 총독 암살 미수 사건'으로 날조하여 신민회 회원과 개신교 신도들을 탄압했던 '105인 사건'을 생각해보자. 당시 일본에서 이름을 날리던 법조인이 변호인으로서 피고를 변호했으며, 이를 통해 경성복심법원에서 99명의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심지어 윤치호를 포함한 유죄를 선고받은 5명은 이에 상고하였고 대부분은 만기 이전에 석방되었다.

 

일각에서는 해당 사건이 영미의 개신교계와 엮여있는 국제적인 문제로 번졌다고 지적하며, 일본이 이들의 눈치를 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소위 반일주의자들이 묘사하듯 일제가 극악무도한 무법천지였다면 억울하게 탄압받는 조선 사람들이 변론받는 기회 자체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우원재는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한 것이다.

 

역사 교육은 입체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 한국사를 가르치는 방식처럼 단순히 선악구도로 나눠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에서 역사적 사료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워야 한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다양한 시각에서 기념일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해당 교사가 영상을 선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는데, 현재 교육계에서 일률적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역사 교육의 스탠스를 생각해본다면, 그 말대로 영상을 선정했다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논란으로 인해 또 다시 반일감정과 편가르기가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2019년 일본 불매운동 당시가 어땠는지 알고 있다. 너도 나도 '이 시국에?'라며 일본산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린치를 가했으며, 스시나 라멘 같은 일식을 파는 식당들은 스스로 대중들이 비난하는 '친일파'가 아니라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일일이 소명해야 했다. 지금와서는 오히려 그 당시를 조롱하는 여론이 강하지만, 다시금 그 집단 광기의 감성이 부활할까 걱정이다.

 

그런 편가르기는 나라에 하등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다면, 과거사를 성역화한 뒤 이를 반대하는 사람에게 린치를 때리는 것이 아니라, 이를 다양한 시각에서 논의하고 이를 통해 현대인들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무엇인지 논해야 한다. 더불어 특정 담론에 대해 실제로 이야기한 적도 없는 주장으로 프레임 씌워 악마화하는 신개념 멍석말이도 멈춰야 한다.

 

사족이지만, 필자는 본 칼럼을 위한 자료 조사 중 과거 우원재가 TV조선의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우연히 시청하게 되었다. 당시 방송에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논하고 있었는데, 민주당 측을 대변하는 패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과거사는 과거사일 뿐', '무리한 사과 요구는 역효과' 등의 주장을 했다.

 

의문이다. 일제의 국권피탈은 한국이 독립한 시점에서 과거의 일이고, 북한의 위협은 그 당시도, 오물풍선이 날아오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인데 어찌 북한에 대한 시선만 그리 관대하실까.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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