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아래 기사는 내셔널리뷰의 도미닉 피노가 작성한 칼럼을 번역한 것으로, 자유 무역이 국가 안보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설명한다. 특히 해당 글에서는 한국에서 특히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대중(對中) 안보에 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자유 무역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신의 의견을 정당화한다. 물론, 자유 무역을 허용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제재와 금수조치는 효과적인 국가 방위 정책의 일부가 될 수 있다. 특히 핵무기에 관한 문제가 그렇다.
그러나 자유 무역에 대한 국가 안보 예외 사례를 주장하는 근거는 종종 허약하다. 대표적으로 철강 보호주의가 그러한데, 이는 거의 항상 부분적으로는 국가 안보적 이유로 정당화된다. 그러나 산업정책 담당 전 국방부 차관보인 윌리엄 그린윌트가 말했듯이, 철강보호주의는 실제로 방위 준비 태세를 해치고, 국방부가 필요한 철강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든다.
사무엘 그레그가 미국 경제연구소에 기고한 새로운 논문에서는 자유 무역이 어떻게 미국의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보호 무역은 어떻게 훼손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특히 그레그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가 안보 전략의 구성요소로 '무역자유화'를 추구했다고 지적한다.
자유 무역은 냉전 동안 미국이 비공산 세계를 자신의 편으로 회유하기 위해 사용한 도구 중 하나였다. 중국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지난 수년 동안의 보호 무역주의적 노력으로 인해 방해를 받았다. 미국은 NATO 회원국과 단 하나의 자유 무역 협정을 맺었고, 대신 유럽 동맹국에 대해서는 저급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에서 미국은 중국이 아닌 무역 블록이 될 횡태평양 파트너쉽을 추진하는 것을 중단했다.
경제 성장은 안보상의 측면에서 미국의 국익이기도 하다. 성장하는 경제를 통해 국방비를 더욱 잘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레그는 "상대국보다 GDP가 높은 국가는 경쟁국보다 국방에서 더 많은 경제적 자원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적었다. 냉전에서 미국의 승리는 이런 현상이 미국에 유리하게 적용된 최근의 사례다.
이것은 마이클 멀렌 전 합참의장이 미국 국가 안보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국가 부채라고 말한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 성장이 빨라질수록 정부 수입이 늘어나고, 부채 대비 GDP 비율은 낮아져 국방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것이 경제적으로 덜 해롭다.
무역은 궁극적으로 국가가 아닌 사람이 한다. 그레그는 "미국인들은 거래에서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국경 간 무역에 참여한다"며 "그러한 확신이 없다면 거래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정부가 이를 금지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더 큰 경제 성장도 막아버리는 셈이다.
자유 무역은 다른 국가에게도 이롭다. 당연히 여기에는 미국의 적대국도 포함되며, 이 때문에 보호 무역은 '경쟁자의 경제 성장'을 거부하는 수단으로서 정당화된다. 그러나 그레그는 해당 논리가 2차 효과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즉, 보호 무역을 강요하는 국가에는 순손실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첫째, 국가 A가 국가 B의 경제 성장을 방해하는 방법으로 국가 B와의 무역을 방해하기로 결정하면 국가 A의 국내 생산에 더 높은 비용이 부과된다. 이는 국가 A의 소비자 비용이 높아지고 경제 성장이 느려지게 되기 때문에, 국가 안보에 필요한 자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둘째, 국가 A가 국가 B와의 무역을 방해하기로 선택하면 국가 B는 국가 A에 대해 더 공격적인 견해를 갖게 되거나, 국가 A의 경쟁자와 더 가까운 관계를 추구하게 되거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덜 평화적인 방법을 추구할 수 있다. 이는 특히 국가 B가 국가 A가 부과한 무역 제한이 자국의 장기적 경제 성장을 약화시키고 국가 안보 목표를 실현하는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믿는 경우에 해당된다.
반면 그레그는 "무역 개방성은 다른 국가들이 미국 복지가 그들 자신의 이익에 속한다고 생각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A가 부유하고, 소비 시장이 크고, 외국인과 거래하기 쉬운 환경일 경우, 국가 A의 경제는 외국 기업과 투자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는 국가 A가 더 성장하여 국가 안보에 활용할 자본이 늘어나고, 시민들의 고용 활성화와 물가 안정화 역시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국가 A의 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 및 기업이 늘어나면서 해당 국가의 안보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반대로, 국가 A가 보호무역주의를 받아들인다면, 외국인들이 이들과 거래하고 투자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이는 국가 A의 경제 성장이 줄고, 국가 안보에 사용할 잠재적 자원이 줄고, 다른 국가들이 국가 A의 복지에 무관심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국가 A의 보호무역주의는 나머지 세계에 대한 내향적 전환을 나타낸다. 이는 국가 B가 국가 A의 경제적 측면에서의 수입 제재에 불만을 품은 국가 A의 동맹국들과 더욱 긴밀한 경제적, 정치적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레그는 이러한 주장에 대한 예외 역시 알고 있으며 "국가 간 무역이 증가하면 국가 간 관계가 더 평화로워진다는 주장은 확정적인 용어보다는 확률적인 용어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갈등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보통 정책 입안자들이 현실 세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고, 자유 무역은 이를 달성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 역사에서 관세 정책은 국가 안보에 해를 끼쳤다. 특히 그레그는 1861년 영국에 대한 모릴 관세를 지적한다. 그것은 영국이 연방을 지지해야 할 '노예제 폐지'를 둘러싼 싸움임에도 불구하고, 남북 전쟁 동안 중립을 지킨 이유가 되었다. 해당 법과 영국에 대한 다른 관세는 남북 전쟁 이후에도 계속되어 이익, 언어, 문화를 공유하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무역 분야에서의 경솔한 '국가 안보 주장'은 국가 안보를 농담이나 인맥주의로 바꿔 도리어 국가 안보를 훼손한다. "미군은 국내 철강 및 알루미늄 총 생산량의 3%만 필요하고 광범위한 수입 제한은 불필요하다"는 국방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전 철강 로비스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의 무역 대표 지원을 받은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에 대한 국가 안보 관세를 제정했다.
대부분의 철강 수입은 어차피 미국의 동맹국에서 들어오고, 2019년에 들어서 행정부는 관세가 중국의 무역 관행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러한 국가 안보 관세를 정당화하는 보고서에서 자동차 산업의 아웃소싱을 지적하며 정책을 뒷받침했다.
이에 그레그는 "결국 보고서는 '과도한 수입으로 인한 국내 생산품의 대체', 특히 미국 소유 기업이 제조한 자동차와 특정 부품의 대체가 미국의 국내 경제를 악화시켜 '국가 안보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수준으로 축소되었다"고 비판했다.
해외 무역에서 스스로를 단절한 국가는 모든 것을 스스로 생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즉, 비교 우위를 활용해 얻는 모든 혜택을 포기하고, 그렇게 하는 데 높은 기회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어야 한다. 이는 해외 경쟁에서 비롯된 개선, 국제 노동 분업에서 오는 전문화와 관련된 효율성, 전문화를 통한 경제 성장을 회피하는 것도 포함된다.
자급자족의 또 다른 비용은 어떤 국가도 완전하고 끝없는 국내 공급이 없는 원자재에 대한 모든 범위에 대한 접근이 없으면, 상당한 노동 및 자본력을 보유한 국가조차도 그런 접근이 가능한 국가보다 뒤쳐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중용도기술(*각주 : 평화적인 목적이나 군사적인 목적에 모두 사용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제한은 원칙적으로 타당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종종 효과를 내지 못한다. 그레그는 "미국이 모든 국가에 대해 특정 이중용도기술의 이동을 제한할 준비가 되어야만, 규제가 효력을 발휘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동맹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에 있는 사람이 그것을 구매한 후에 무엇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중용도기술에 대한 제한은 그다지 광범위하거나 강력하게 시행되지 않기 때문에 효과적이지 않으며, 적대자는 규제가 있든 말든 어차피 그 기술에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이중용도'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연고주의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고 특수 이익 보호주의에 대한 허약한 국가 안보 정당화가 될 수 있다.
미국은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 대한 대응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직접 투자(FDI)에 대한 정부 감독을 강화했다. 그레그는 "2018년 이후 미국의 중국 투자가 감소하고 있으며, 2022년 미국의 총 FDI 5조 2500억 달러 중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FDI가 286억 6000만 달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추가하면, 미국의 FDI를 상당히 복잡한 과정으로 만드는 일부 정책 변경이 경제적, 또는 국가 안보 측면에서 미국에 장기적으로 순이익이 될지 여부를 묻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FDI의 대상지이며, 이는 엄청난 이점이다. 대부분의 다른 국가들은 FDI를 간청해야 하지만, 미국은 자연스럽게 FDI를 유도할 수 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상거래에 대한 개방성은 오늘날 미국의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많은 국가 안보적 정당화는 기껏해야 허황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부패한다. 미국은 사소한 보호무역주의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훼손하고 스스로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