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를 자초한 글로벌리스트들

  • 등록 2025.04.11 06: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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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해당 기사는 내셔널리뷰의 로버트 D. 앳킨슨이 작성한 칼럼을 번역한 것으로 트럼프의 관세 조치를 기존의 글로벌리스트들이 자초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성 글로벌리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프랑스의 부르봉 왕가의 통치자들은 영국과는 달리 자발적으로 권력을 내주지 않았다. 로베스피에르와 쟈코뱅파는 프랑스 혁명을 통해 폭력적으로 권력을 찬탈했다. 오늘날 미국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로베스피에르 역할을 맡아 오랜 세월 이어진 '워싱턴 컨센서스'의 세계주의적이고 자유무역적인 유산을 단두대에 올리는 것이 그것이다.

 

부르봉 왕가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기득권층은 많은 정책 입안자들과 자문위원들은 권력을 내주고 싶어 하지 않았고, 심지어 글로벌리즘의 외면에 균열이 있었음을 인정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그들이 심각하지만 해결 가능한 문제들이 있었음을 인정할 기회는 이제 지나갔다. 트럼프는 단 한 번의 맹렬한 공격으로 우리가 지금까지 알던 세계화를 갑자기 종식시켰다.

 

그러나 해방의 날에 트럼프의 관세 혁명에 관한 지배적인 반응은 조롱, 혼란, 그리고 경멸적인 거부가 뒤섞인 것이었다. 세계화 전문가들을 위한 두 주요 매체인 '해외 정책'(Foreign Policy)과 '해외 사건'(Foreign Affairs)은 모두 그런 맥락의 반응을 내보냈다. 해외 정책은 "트럼프 관세가 세계 경제를 산산조각 낼 것"이라고 평론하는 칼럼을 게재했고, 다른 하나는 "중국이 반격하고 있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트럼프를 바보라고 칭하는 것이었다. 해외 사건의 논평은 다가오는 경제적 혼란을 한탄하고 트럼프의 관세 집착에 관해 비판했다.

 

트럼프 혁명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려는 시도가 부족한 것 같다. 물론 트럼프가 별난 인물인 것은 맞지만 세계화 체제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그가 지금처럼 행동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트럼프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의 세계화 옹호자들이 중대한 도전과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실패했음을 시인하지 않는 한, 서구는 쇠퇴한 체제의 잔해에서 아무것도 건져낼 수 없을 것이다.

 

트럼프식 세계 경제는 무역과 세계화의 실패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자 글로벌리즘적 질서를 옹호하는 이들에 대한 공격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수년간 미국과 해외의 글로벌리스트들은 세계화로 인해,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치했다. 이를 지적하는 사람은 누구든 무시당하거나 조잡한 토착주의자로 조롱당했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들과 열린 대화를 나누려는 시도는 전무했다. 물론 문제를 사람들 중 일부는 반기업, 반자본주의, 반서구적 이념가들이었고, 일부는 철저한 보호무역주의자들이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세계화를 파괴하기보단 구하고 싶어했다. 그럼에도 기득권층은 그들을 모두 똑같이 취급했다.

 

미국의 동맹국들 또한 이에 기여했다. 그들은 미 정부가 세계화 프로젝트를 제대로 추진하는 데 헌신하는 유일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EU가 미국 국방비 지출에 무임승차 했던 것처럼, 자유 무역에 관해서도 무임승차했다. 많은 국가들이 WTO의 정신을 가볍게 위반하여 미국 경제에 부당한 타격을 입혔다.

 

많은 국가들이 미국이 관세를 인하하지 않는 한, 바이든의 인도-태평양 경제 번영 프레임워크 같은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을 거부했다. 대부분의 경우 미국의 관세가 자국의 대미관세보다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미국이 국제 질서를 위해 개입하여 스스로의 이익을 희생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도, 이기적으로 자국의 경제 및 산업적 이익을 추구할 여유가 존재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이 있었다. 세계화를 무너뜨린 것은 트럼프가 아니라 중국이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유는 해외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다른 국가들이 명백히 타당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중공 지도부는 WTO가 중국의 터무니없는 공산주의를 억제할 능력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 이후 미국이 주도한 세계 무역 체제가 붕괴됨에 따라 중국이 새로운 리더로 자리매김 할 것이며, 미국에 대한 적대감, 비겁함, 또는 편협한 자기 이익 추구 등으로 인해 많은 국가들이 중국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좌익 경제학자 조셉 스티글리츠 같은 일부 글로벌리스트들은 세계화가 강력한 미국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판자들을 무시했다. 이들은 미국 노동자들보다 세계의 프롤레타리아와 농민들, 특히 저개발국의 프롤레타리아와 농민을 우선시했다. 그러나 세계화가 미국에 이롭다고 믿었던 거의 모든 글로벌리스트들은 해고 노동자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 외에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부인했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누구든지 비난했다.

 

몇 년 전, 워싱턴 D.C. 무역전문가들이 기업의 해외 이전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 논의하기 위해 모인 원탁 회의에서 직설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싱크탱크로서, 우리는 미국의 해외 이전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지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미국인들의 자유 무역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전문가, 언론인, 싱크탱크, 경제학자 등이 건설적인 비판 조차 일관되게 거부하는 이유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이러한 경향성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 미국의 막대한 무역 적자는 걱정하지 마라. 미국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증거이고, 문제가 되는 정도는 미국인들이 저축을 충분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 제조업의 감소 역시 우려할 이유가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제조업은 강력하다. 일자리 감소는 모두 자동화 때문이다. 제조업은 패배자, 심지어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소행이다. 제조업은 어디서나 쇠퇴하고 있다. 미국은 제조업이 가장 적기 때문에 가장 발전된 경제의 형태를 띄는 것이다.

 

- 해외 무역 장벽도 걱정하지 마라. 저개발국은 빈곤층을 돕기 위해 무역장벽이 필요하다. 미국도 나름의 장벽이 있고, 어떤 것은 다른 선진국보다 더 심각하다. 결국 모든 것들이 잘 될 것이고 WTO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전에도 여러번 반박했기 때문에 굳이 반박하지는 않겠으나, 이들은 모두 틀렸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다. 트럼프 관세에 대한 기득권층의 대응 역시 이처럼 편향적이고 거만한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관세는 당연히 세금 인상이다. 하지만 핵심은 미국의 국가 부채 위기를 해결하려면 사회 복지를 포함한 지출을 삭감하고 세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관세는 일자리도 창출할 것이다. 최소한 일부 산업과, 기업, 특히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시장에서 활동하며 상대적으로 미국에서 물건을 적게 생산하는 기업들은 관세의 혜택을 볼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정도의 지적 개방성은 가져야 한다. 비록 미국 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더라도 말이다. 가령 지금은 미국산 와인 및 위스키 제조업체 주식을 매도할 적기이다. 이것이 WTO 규정 위반인 것은 자명하다. 그렇지만 뭐 어떠한가? WTO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하고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미국의 세계화 전문가들은 광활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지만, 글로벌리스트들의 베르사유를 상징하는 단 하나의 중심지를 꼽으라면 이는 워싱턴 D.C. 메사추세츠 애버뉴에 있는 '피터슨 국제연구소'다. 그들과 거의 모든 강경한 세계화 옹호자들은 지난주 관세가 어느정도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점, 또는 기득권층의 의제 실패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해방의 날은 필요한 순간에 나팔총처럼 사용되었다. 해당 사건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미국의 동맹국들을 소외시킬 것이고, 미국으로부터 영구적으로 이탈하게 할 것이며, 심지어는 중국의 영향권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또한 이는 미국과 자유세계의 핵심 무역, 국가 안보, 그리고 국제정책적 이익, 즉 중국의 기술 경제적 침략에 맞서야 한다는 점을 무시한다. 또한 생존을 위해 세계 시장이 필요한 첨단 기술 산업에서 미국의 역량을 약화시킬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트럼프의 행동 동기를 이해하고, 설령 그가 무역 정책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더 현명한 조치, 즉 동맹국의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을 낮추고 수입 금지를 포함한 중국의 기술 경제적 약탈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라고 압력을 가하려 했다 하더라도, 글로벌리스트들은 이에 반대했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이 문제라는 주장에 대한 그들의 현재 립서비스는 대부분의 영향력 있는 정책 입안자와 전문가들이 중국의 공격적이고, 중상주의적 행보에 미국이 거의 대응하지 않는 통합된 세계라는 비전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렇게 하는 것은 자유무역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책 결정 기관과 과거 '동맹국'들은 사태가 이렇게까지 흘러가도록 방치해서는 안 됐다. 그렇게 되면 국수주의적이고 보호무역주의적인 블루칼라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기회가 열릴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망해버렸다.

 

프랑스 혁명이 불필요했던 것처럼, 세계화에 반하는 트럼프식 혁명 역시 불필요했다. 프랑스 부르봉 왕가와 달리 영국의 군주들은 점차 다른 귀족들에게, 그리고 결국에는 산업 부르주아들에게 권력을 이양했다. 프랑스도 충분히 그럴 수 있었고, 오늘날 미국 정책 결정 기관의 글로벌리스트들도 양보할 수 있었다.

 

보호무역주의적 압력이 폭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들은 달러 가치가 시장의 힘을 반영하도록 보장하고, 국경 조정이 가능한 부가가치세를 도입하고, 다른 국가들의 불공정한 무역 장벽을 낮추도록 실질적 위협을 바탕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리스트들은 이를 거부했고 이후 '대홍수'가 닥쳤다.

 

프랑스의 테르미도르의 반동이 로베스피에르를 전복하는 데 5년이 걸렸다. 그리고 트럼프의 무역 혁명을 전복하는 데에는 4년이 걸릴 수도 있다. 만약 그 반혁명이 발생한다면, 공화당과 민주당 중 누가 정권을 잡았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현 글로벌리즘 기득권층은 실패한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를 옹호하는 것을 멈추고, 그 문제점을 인정하고 해결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

정성민 기자 luwie2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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