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텔레그램 채팅방 내부에서 인공지능을 사용한 딥페이크 포르노가 공유되었다는 사실이 공론화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최초로 해당 사건을 기사화한 MBC는 딥페이크 범죄가 인하대에서 발생했다고 보도했으나, 이후 언론들은 이런 일이 인하대 뿐 아니라 전국 70여 개의 대학에 소속되어 있는 불특정 다수에 의해 벌어졌음을 밝혀냈다.
사실 이런 일은 과거부터 존재했다. 텔레그램 뿐 아니라, 과거 트위터에서도 '지인능욕'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일반인의 사진을 합성하는 일은 많았다. 결국 이번 사건은 단순히 AI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고, 당사자의 동의 없이 개인의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해 유포한 것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재 언론과 정치계, 페미니즘 진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마치 과거 N번방 사건처럼, 한국 남성들을 잠재적 성범죄자인 것 마냥 프레이밍하려는 시도가 노골적이다.
가령 한겨레의 경우, 텔레그램 방에 접속한 한국인이 22만명이 접속한 것처럼 헤드라인을 적었다. 그러나 22만명의 접속자라는 수치는 한국인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 외국인들도 합산된 것이다. 실제로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에 따르면 해당 텔레그램 대화방은 한국인이 아닌 해외 개발자가 만든 봇으로 국내 이용자가 아닌 해외 이용자 수가 포함되어 있으며, 내부의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간단한 호출 명령어를 사용해도 사용자로 집계되기 때문에 해당 채널의 딥페이크 기능을 사용한 사람은 실제보다 적을 가능성이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역시 한국인 접속자가 22만명이라는 것은 과장되었으며, "전체 텔레그렘 이용자 중 한국인 비율이 0.33%이므로, 실제 가해자가 이보다 많을지 적을지는 모르겠으나 산술적으로는 726명 정도일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여튼 실제로 연루된 한국인 이용자들의 수는 알 수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운동계는 해당 사건에 대해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이면서 다시 '혜화역'에 모이자고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불법촬영물의 사례와 동일하게 딥페이크 포르노를 '제작한 사람', '판매한 사람', '시청한 사람' 등 모두 처벌하라는 어젠다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해당 사건에 대해 '명백한 국가적 재난 상황'이라며 정부의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이런 페미니스트들의 움직임에 화답하듯 '딥페이크 성범죄 법안'을 발의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해당 법안은 딥페이크를 이용해 합성을 한 영상 및 사진의 경우,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반포한다면 처벌한다. 해당 법을 적용한다면 딥페이크를 이용한 단순 포르노 뿐 아니라 단순히 수영복 화보에 합성한 것마저도 해당될 여지가 있는데, 이 상태에서 시청까지 범죄가 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범죄자가 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와 국민의힘 역시 이런 문제에 어느정도는 흐름에 편승하는 모양새를 보인다는 점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사회의 법과 제도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텔레그램이 서버를 해외에 둔 탓에 국제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점을 고려, 정부가 텔레그램 측과 협력 회의를 갖고 불법 정보를 자율 규제할 수 있도록 상시 협의하는 핫라인 확보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민주당 의원들을 포함한 모든 정치인들은 과거 N번방 방지법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생각해야 한다. N번방 방지법의 문제는 카카오, 네이버 등의 국내 기업이 서비스하는 SNS에게 '불법촬영물'에 해당하는 컨텐츠를 삭제 및 접속차단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이용자가 게재하려는 정보의 특징을 분석하여 불법촬영물에 해당하는지 식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카카오톡 내 오픈 그룹채팅방은 전송되는 모든 이미지, 동영상, 심지어는 압축파일을 검열하고 있으며, 국내의 인터넷 커뮤니티 역시 이 같은 조치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어떠했을까? 정작 N번방 사건이 벌어졌던 텔레그램을 빼놓고 국내기업에게만 규제를 부여하니 되려 불법촬영물 유통자들은 해외 메신저로 대거 이주했다. 전형적인 풍선효과인 셈이다. 물론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일반에 공개된 정보만을 대상으로, 신고나 삭제 요청이 있을 때에만 의무가 주어지는 것"이라고 했으나, 이는 원래부터 국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잘 해왔다. 되려 N번방 방지법의 제정으로 불법촬영물 제작자들은 더욱 음지로 숨어들어가, 피해자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해당 법안 제정으로 N번방 사건 자체가 남녀갈등의 소재로서 소비되고 있다. 여성들은 남성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몰아가고 있으며, 남성들은 그러한 여성들의 모습에 적개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번 딥페이크 사건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듯한 모습을 보인다. 일각에서는 딥페이크를 처벌하는 법을 제정하고 텔레그램을 차단하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할 수록 이들을 제재하기는 어려워진다. 2017년도부터 8년째 디지털 장의사로 일했던 안재원 클린데이터 대표는 불법촬영물과 딥페이크 포르노 영상이 대대적으로 수사의 대상이 되면서 성인사이트들이 디지털 성범죄 관련 법이 없는 나라에 서버를 두면서 '음지화'되었고, 이 때문에 영상 삭제 요청도 무시하는 등 더욱 막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결국 법이 범법자를 더욱 악질로 만든다는 것을 잘 설명하는 대목이다.
만일 딥페이크 포르노 문제로 이들을 처벌한다면, 더욱 음지화되어 수사망을 피해갈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대한민국은 포르노그래피 처벌에 관해 그 기준이 매우 모호한 나라에 속한다. 그렇다면 상술했듯이 단순 '수영폭 화보'에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우연히 봤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가 되어버리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질 수 있다. 마땅히 처벌해야 할 범죄자는 수사망을 피해가고, 억울한 사람들만이 처벌되는 상황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불법촬영물, 딥페이크 포르노를 포함한 문제들을 형사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민사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는 딥페이크 규제법을 도입하였으나, 이는 민사적 영역에서 해결하도록 지원할 뿐이지 형사 처벌을 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설령 형법으로 도입하더라도 딥페이크 영상의 묘사 정도에 따라 세분화하여 처벌해야되지 일괄적으로 성범죄로 묶는 것은 잘못되었다.
더군다나 특정 메신저를 차단하는 것은 묘수가 아니다. 국가 행정력이 닿는 메신저는 검열하고, 그렇지 않은 메신저는 차단한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알아보려면 중국을 보면 된다. 이들은 국가에서 허용한 메신저를 제외하고는 접속이 차단된다. 그렇기에 중국인들은 대부분 자국인들끼리 QQ라는 메신저를 사용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들이 해외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VPN을 사용해 디스코드, 페이스북 메신저 등 다양한 SNS에 접속한다.
국가는 만능이 아니다. 행정력에는 한계가 있고, 국민들을 처벌하고 규제하는 법이 많아질수록 경찰행정력은 낭비되고 마땅히 처벌해야 할 범죄를 처벌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진다. 결국 범죄를 저지를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저지르고, 국가가 국민들을 규제할 수록 그 방식은 더욱 치밀해진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