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낙태 금지 후 강간 임신이 증가했다고?"... 알고보니 아니었다!

  • 등록 2024.03.11 15: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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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통계 연구로 생겨난 루머와 미신

미국 연방대법원의 돕스 판결 이후 주 의회마다 낙태 정책에 대한 기준선을 어디에 둘지를 놓고 씨름을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잘못된 연구가 위협이 되고 있다. 

 

의학 저널 '미국 의사회 내과학학회지'(JAMA Internal Medicine)에 게재된 연구 논문이 정확한 그 사례다. 해당 논문은 돕스 판결 이후 낙태 전면 금지를 실시한 14개 주에서 강간 관련 임신이 6만4000건 이상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최근 며칠 동안 언론의 많은 관심을 모았는데, 이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현상이다. 수치가 너무나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이는 정확한 사실이 아니었다. 해당 논문에는 강간 관련 임신 확산을 과장하는 치명적인 방법론적 결함들이 있다. 가장 명백한 문제는 저자가 강간 관련 임신 수치를 뚜렷한 이유 없이 250%까지 부풀리는 상당한 수학적 오류를 범한 것이다. 

 

강간 관련 임신 수치 계산을 위해서는 '강간 발생률에 대한 추정치'에 '강간 후 임신 확률'을 곱해야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비율을 곱하는 의아한 절차를 추가했다. (해당 비율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보고한 생애 강간 관련 임신 확률에 다른 연구에 보고된 피해자당 강간 관련 임신 비율로 나눈 수치)

 

추가 절차에 대한 합리적인 토대는 없다. 전체 인구의 건강, 스트레스, 흡연을 비롯한 생식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타 요인들의 변화를 제외하면, 날짜를 임의로 추출했을 때 임신 가능성은 항상 거의 같다. 결국 강간 발생당 임신 확률이 생애 강간 관련 임신 확률 또는 피해자당 강간 관련 임신 비율에 의해 조정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불필요한 절차는 결과를 편향시킨다. 

 

다른 문제점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전체 낙태 사례 중 강간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낙태 비율은 매우 작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미국 낙태 연구단체이자 낙태 옹호단체인 구트마커의 연구에 따르면 강간으로 인한 낙태 비율은 전체 대비 약 1퍼센트에 불과하며, 근친상간으로 인한 낙태 비율은 0.5퍼센트 미만이다. 

 

하지만 강간 관련 임신에 대한 JAMA 논문의 추정치는 12개월 추정치로 환산한다면, 낙태 금지법이 없다고 가정할 때, 낙태가 불법인 주의 전체 낙태 중 약 22%가 강간 또는 근친상간으로 인한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기존의 강간으로 인한 낙태 비율 데이터와 비교했을 때, 해당 논문의 통계는 신뢰할 수 없다.

 

또한 이 연구는 강간으로 임신했지만 낙태로 인해 가중된 고통을 원하지 않는 수많은 여성들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했다. 강간으로 임신한 피해자 다수가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원하기 때문에 해당 논문과 같이 강간 관련 임신 발생률을 낙태와 혼동하는 것은 오류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강간 확산과 관련된 정확한 수치를 얻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해당 논문은 CDC가 실시한 친밀한 관계에서의 성폭력 실태 조사에 근거한 것인데, 연락이 닿은 조사 대상자의 응답률이 59%에 불과했다.

 

물론 논문 저자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추정치라는 것은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데이터만큼 정확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강간에 대한 설문조사 응답률이 낮은 경향성은 강간 발생률에 대한 과소 또는 과대 보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간 관련 임신 건수에 대한 연구 논문의 추정치는 신뢰할 수 없지만, 미국에서 성폭력 확산을 막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단, 이는 강간 자체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강간범들에 대한 더 광범위하고 엄격한 처벌을 통과시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비인간화하고 결혼을 파괴하는 포르노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온라인 아동 성착취자, 성매매자, 스토커 및 기타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거나 조장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의 성범죄를 미연에 차단하기 위한 정책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강간 피해자를 낙태 클리닉으로 데려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대신, 더 엄격한 처벌과 효과적인 법 집행을 통해 강간 발생 자체를 줄여야 한다. 또한 성범죄를 애초에 방지하는 추가적인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데일리인사이트 김현철 기자 |

김현철 기자 khch45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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