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부터 불이 붙은 집게손 '남성혐오' 논란, 왜 여전히 게이머들은 분노하는가

  • 등록 2024.01.09 16: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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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뿌리 간담회 당시 감독의 해명에 대한 의문점과 비판

지난 5일, 게임 관련 언론 '디스이즈게임즈'가 주최한 스튜디오 뿌리 간담회가 개최되었다. 해당 간담회가 개최되었던 것은 직원 '댓서'의 페미니즘 발언을 촉매로, 지난 11월부터 해당 업체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에 남성혐오성 표식인 '집게손'이 삽입되었다는 의혹이 번졌기 때문이다.

 

이 날 스튜디오 뿌리측에서는 당시 제작과정을 총괄했던 김상진 총감독 혼자 참석했으며, 게이머들은 주최측의 심사과정을 거쳐 총 6명이 참석했다. 김 감독은 '그림' 그 자체에 대한 오해가 존재한다고 해명하면서, "애니메이션을 프레임 단위로 쪼개다 보면 엄지와 검지가 굽혀지는 '집게손' 자세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스튜디오 뿌리측의 주요 골자는 "우리는 특정 사상을 옹호하지 않고, 작업물에 혐오표현을 삽입한 바 없으며, 이 모든 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렇게 보아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 내지 비판의 여지는 남아있다. 그것이 바로 이번 사태에 있어 게이머들이 스튜디오 뿌리에게 냉소적인 시각을 보내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필자는 해당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일정과 장소가 필자가 참여하기는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다만 진보너머 유관단체 '공론장과 이야기들'의 박세환 대표와 운영위원 한 분이 해당 간담회에 참석한 이후 관련 정보와 감상에 대해 공유해줬고, 또한 디스이즈게임즈 기사도 게재되었기 때문에 필자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적는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박세환 대표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1. 아무리봐도 부자연스러운 손가락

분명 스튜디오 뿌리의 해명대로 애니메이션은 '움직임'을 표현하기 때문에 전체 동작을 연결지어 보아야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또한 애니메이터들의 각자 그림에 스타일이 존재한다는 지적 역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자연스러운 부분은 존재한다. 가령 스튜디오 뿌리측이 제작을 맡았던 '이터널 리턴 애니메이션 PV'를 보면 한 캐릭터가 놀라면서 뒤로 물러서는 장면에서 해당 집게손이 등장한다. 뿌리측은 이에 대해 "손이 뒤로 감추어진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말려있는 것을 의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묘사를 하려 했다면 해당 각도상에서 검지 뒤에 중지, 약지, 그리고 소지가 보여야 자연스러울 것이다. 나머지 손가락들이 검지에 가려진다고 한다면 엄지 손가락이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는 모양이어야 한다. 

 

또한 게임 '블루 아카이브'의 게임 PV에 대해서도 충분한 해명이 되지 않았다. 문제가 된 장면은 캐릭터 두 명이 총을 들고 육탄전을 벌이는 장면이다. 간담회 당시 해명에 따르면 "3D로 만들어지는 총기와 2D로 그려지는 그림의 균형을 맞히기가 굉장히 어려우며, 이 부분에서 오류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으나, 해당 장면에서 한 캐릭터의 왼팔 위에 오른손으로 집게손 포즈를 취하는 것이 그려졌음을 생각한다면 이해되지 않는 해명이다. 고의였어도 문제지만, 고의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 역시 문제가 있다. 하청업체가 원청에 불량품을 건낸 것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러한 의문점들이 남아있음에도 '특정인이 의도적으로 혐오 표현을 삽입하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은 절대 아니'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디스이즈게임측은 "장에서는 사안의 시발점인 '집게손 그림'을 둘러싼 오해는 해소된 것으로 보였다"고 총평했으나 과연 그렇게 단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독심술을 사용하지 않는 한 남성혐오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며, 결국에는 의혹의 영역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스튜디오 뿌리와 여성계(페미니스트), 좌파언론의 결탁 등으로 인해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그렇기에 단순히 '그림은 그림으로 오해를 풀겠다'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애초에 그 해명마저도 명쾌하게 이해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2. 스튜디오 뿌리의 계속되는 입장 변화 및 사후대처 문제

스튜디오 뿌리의 '말바꾸기' 역시 비판의 대상이다. 맨 처음 논란이 시작되었던 2023년 11월 스튜디오 뿌리 대표 장선영은 두 차례에 걸쳐 X(前 트위터) 공식 계정에 사과문을 게재했다가 삭제했다. 그리고 사과문을 업로드한 것이 무색하게, 자신들의 작업물에 '남성 혐오 표현'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페미니스트, 좌파언론과 손을 잡고 불만을 제기하는 게이머들을 '여성혐오세력'으로 프레이밍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저희가 (언론사에) 말했던 의도에 무언가 더해졌다는 사실은 기사가 나오고서야 알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디스이즈게임즈는 간담회 관련 기사에서 "당시 여러 언론사에서 뿌리에 접촉을 시도하고 있었으나, 뿌리 측은 원청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 이후 모 활동가(게임소비자협회 김환민)와​ 모 일간지(경향신문) 기자가 스튜디오 뿌리를 찾았다"고 전했다. 이를 보고 생각해보건데 김 감독은 시민단체와 좌파언론의 꾀임에 넘어가 인터뷰를 하게 되었으나, 이후 출판된 기사를 읽고 자신의 발언의 의미가 왜곡되었음을 알아챘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김 감독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그의 해명대로 논란이 된 장면들 중에는 애니메이터 '댓서'가 제작하지 않은 부분도 실제 있을 수 있고, 고의로 혐오표현을 넣은 장면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대외적으로 보았을 때 스튜디오 뿌리는 해당 사건을 진화하는 것에 실패하였다. 이제 해당 문제는 단순히 원청과 하청 간의 문제를 넘어서서 정치권과도 연결된 문제가 되었다. 미숙한 대응이 불을 더 키운 것이다. 

 

3. 논란을 점화시킨 애니메이터 '댓서'에 대한 처분

무엇보다도 해당 논란이 점화되기 시작한 것은 애니메이터 '댓서'의 SNS 게시글이 공론화되면서 시작되었다. 스튜디오 뿌리 내에서 팀장직을 맡고 있던 댓서는 2022년 대통령 선거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이 되자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해줄게"라는 글을 X에 게시했고, 이후 해당 글이 게임 유저들에게 발견되자 넥슨이 하청을 맡긴 애니메이션들이 전부 논란이 되었던 것이다.

 

또한 댓서는 해당 논란이 일자 지난 12월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이 주관했던 긴급토론회에 참석하였다. 그녀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칭하며 "페미니즘은 성평등을 위하고, 성차별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이지, 누군가를 위협하는 반사회적 행위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더 이상 논리에 맞지 않는 소수의 악성 민원에 귀를 기울이지 않길 바란다"며 게이머들을 비난했다. 해당 토론회에는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사실상 페미니즘 진영에 소속되어 있는 여성단체들만 참석하였다.

 

재미있는 점은 댓서는 평소 SNS에서 남성을 아무 근거없이 비난하는 소위 '남혐' 행위를 거리낌없이 해왔다는 점이다. 그녀가 과거 X에 "정지시켜야 마땅한 계정은 활개를 치고 다니는데 한국남자 줄임말에만 버튼 눌려서 칼같이 정지시키는 트위터 코리아 각성하라" 등의 글을 작성한 바 있으며, 재게시물(리트윗) 목록에는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레디컬 페미니즘'적 스탠스의 게시글이 다수 게재되었다. 해명과 과거 행동이 서로 맞지 않는 '모순'인 것이다.

 

사실상 '의심의 단계'에서 머물 수 있었던 일을 댓서가 '확신'으로 만들어버렸다면, 당사 입장에서는 그것에 대해 선을 긋고 그녀에게 징계를 내리는 등의 대처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디스이즈게임즈 보도에 따르면, "원래는 (기업 차원의) SNS 가이드라인이 없었다"고 말했다. 즉, 김 감독을 포함한 스튜디오 뿌리 임원진들 대부분 SNS 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그저 아무렇게나 내버려뒀을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김 감독이 간담회에서 "이제 (SNS 가이드라인 제공을) 고려해보려고 한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필자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무엇보다 디스이즈게임즈 보도에 따르면, 지난 29일 김 감독은 "장혜영 의원 주관의 긴급토론회 직후, 해당 직원에게 인터뷰를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지만 사실 이 역시도 너무 늦은 대응이다. 이미 댓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다 내뱉었으며, 그 뒷감당은 뿌리가 하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스튜디오 뿌리에 대한 게이머들의 냉소적인 시각은 점점 굳어져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해를 풀고자 한다'면 스튜디오 뿌리는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4. 결론

정리하자면 게이머들이 여전히 스튜디오 뿌리에게 화가 난 것은 '납득되지 않는 해명', '부적절한 사후대처', '댓서에 대한 처분 부재' 등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스튜디오 뿌리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간담회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SNS 가이드라인'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다. 커뮤니티에서 호응을 얻은 한 블라인드 게시물이 지적했던 것처럼, 대기업 사원 같은 경우 개인 SNS 이용에 대해 신중함이 요구되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다. 스튜디오 뿌리 역시 이런 회사 분위기 때문에, 트위터에서 남성 혐오 표현을 사용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졌던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없어져야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스튜디오 뿌리를 옹호하며 '인셀', '도태한남' 등의 남성 혐오 표현을 남발하는 여성계와 선을 그어야 한다. 해당 사태가 논란이 되었던 것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즈 등 게임들의 주요 소비층인 남성을 비하하는 표식이 '교묘하게' 숨겨들어가 있다는 의혹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만일 계속해서 남성 혐오 표현을 옹호하던 페미니즘계와 함께 움직인다면, 해당 의혹은 점점 확신이 되어갈 것이고 게이머들은 더욱 차가운 시선으로 스튜디오 뿌리를 바라볼 것이다.

 

여전히 비판점도 많고 의문점도 많은 간담회지만, 최소한 필자는 스튜디오 뿌리 측에서 나름대로 게이머들의 불만에 귀기울이고 이해해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과거 사과문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앞으로는 스튜디오 뿌리의 작품 내에서 혐오 표현이 등장하여 팬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

정성민 기자 jsm02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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