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과 영화 : '가장 강력한 무기'

  • 등록 2023.12.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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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최근 좌우막론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 '서울의 봄' 관객 수가 천만을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의 봄'이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고 주장하고, 이에 반발하는 쪽은 실제 역사를 다루는 영화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란들 속에서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영화 산업을 바라보아야 할까? 이와 관련해 영화평론가 에단 J. 코너(Ethan J. Conner)가 인텔렉츄얼 테이크아웃(Intellectual Takeout)에 투고한 칼럼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전에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 소수의 유명인사들에 대한 글을 작성한 적이 있다. 이들과 반대로 하마스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일을 당하는 것 같지만, 이러한 사례는 인터넷 상 키보드 워리어들이 아니라 자신들이 속한 산업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영화 스크림 시리즈의 배우 멜리사 바레라(Melissa Barrera)는 팔레스타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수많은 게시물 때문에 개봉예정인 '스크림 7'에서 하차당했다. 그녀는 이스라엘의 행동을 '대학살'과 인종청소'라고 불렀고, 가자지구를 '강제수용소'라고 불렀다. '스크림 7'의 프로듀서 겸 스파이글래스 미디어 그룹 대변인은 "대량학살, 인종청소, 홀로코스트 역사 왜곡, 또는 혐오표현과 같은 노골적으로 선을 넘는 어떤 행위에 대해 무관용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고 직후 바레라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열정적으로 옹호하며 "침묵은 내게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반대 입장으로 인해 영화 산업 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연기자는 바레라 뿐이 아니다. 오스카상 수상 경력이 있는 여배우 수잔 서랜든(Susan Sarandon)은 뉴욕에서 열린 친(親)팔레스타인 집회에서 다음과 같이 연설한 바 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유대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맛보고 있다. (유대인들은) 이 나라에서 자주 폭력을 당하며 살아가는 무슬림들의 감정을 이제서야 알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발언은 대중들에게 '선동적'이라고 받아들여졌고, 결국 그녀를 10년 가까이 대표해온 유나이티드 탤런트 에이전시(UTA)에서 해고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 중 하나인 거대한 기관은 정치적인 견해에 기초하여, 다시 한 번 의도적으로 누구에게 일을 시킬 것인지 말지를 결정하고 있다. 여배우 지나 카라노(Gina Carano)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올린 후 디즈니가 그녀를 정치적인 의도로 해고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스파이글래스, UTA, 그리고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은 개개인을 그들의 계층에서 날려버리기 위해 기업의 힘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영화 스튜디오와 다른 회사들이 전쟁의 시기에 특정 진영의 편을 드는 것은 그닥 새로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그들의 조국(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분쟁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유럽에서 가장 큰 영화 스튜디오인 '씨네시타 스튜디오'(Cinecittà Studios)는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에 의해 1937년, '시네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슬로건 아래 설립되었다.

 

해당 영화 스튜디오의 목적은 죽어가는 이탈리아의 영화 산업을 활성화하는 것과 별개로 무솔리니 정권을 지지하는 '선전물'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더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씨네시타의 첫 번째 작품 중 하나인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Scipione l'africano)만 봐도 알 수 있다. 해당 영화는 무솔리니의 사이비 로마 독재 사상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서사적인 부분에서 미스디렉션 기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연합국의 영화 스튜디오도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비슷한 일을 많이 했다. 프랭크 카프라(Frank Capra) 등의 영화감독들에게 영국과 미국을 영웅적인 강대국으로 묘사하고, 독일과 일본을 악마화 하는 영화를 제작하도록 의뢰했다. (물론, 당시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는 종종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에 의해 이뤄졌다. 

 

이탈리아의 영화 스튜디오들이 채택했던 문구는 의식적이든 아니든 모든 주요 권력자들에 의해 널리 수용되었다. 그들은 모두 국내 전선에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일련의 서사 및 다큐멘터리 장편 영화를 효과적으로 배출해냈다.

 

이후 할리우드는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이런 정치적 영향력을 넓혀나가는 방법론으로 복귀했다. 2001년 재향군인의 날에, 조지 부시 행정부의 고문 칼 로브(Karl Rove)는 새로운 외교 정책에 기여하기 위한 전략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메이져 스튜디오 책임자들과 힘을 합쳐 만들어 낸 것으로, 7가지 주요사항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로브와 스튜디오 동맹들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즉각적으로 그들의 계획을 진행시킬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이는 아래의 내용과 같다.

 

  1. 미국의 아프간 전쟁은 이슬람교와의 전쟁이 아닌 '테러와의 전쟁'이었다.
  2. 사람들은 전쟁에서도 지역사회에서도 봉사할 수 있다.
  3. 미군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지원이 필요하다.
  4. 9.11 테러에 대한 국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5. 이것은 '악과의 싸움'이다.
  6. 아이들은 스스로 안전할 것이라고 확신해야 한다.
  7. 위와 같은 노력들 중 아무것도 프로파간다에 해당하지 않는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참전국은 아니지만, '가장 강력한 무기'를 휘두르는 할리우드의 성향이 다시 한 번 드러나는 것 같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테러와의 전쟁' 등을 포함한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우리의 의견이 어떻든 간에, 우리는 연예계가 휘두르는 힘을 인지하는 동시에, 할리우드가 그 힘을 사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데일리인사이트 정성민 기자 |

정성민 기자 jsm02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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