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트럼프,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의 승리

2023.12.14 11:51:35

기존 정치 엘리트가 방관한 이슬람 이민자 문제를 적극 해결하려는 정치인
이슬람 이민자 수십년 안에 심각한 사회 문제 발생

*편집자 주

 리버럴 정책을 고수하던 유럽은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익 정치세력의 부상이 돋보이는 가운데 기독교로 회심한 무슬림 출신 네덜란드 정치인, 아얀 히르시 알리의 칼럼 오피니언을 소개합니다.

 

지난 23일 네덜란드 총선에서 헤이르트 빌더르스(Geert Wilders)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이 총선 압승을 거뒀다. 네덜란드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진 빌더르스 대표는 '극우', '반(反)이슬람주의적 포퓰리스트'로 불리고 있다. 그의 승리에 유럽 언론들은 충격적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서 가장 리버럴한 국가로 알려진 네덜란드에서 빌더르스가 압승한 이유는 분명하다. 과거 정권이 이민자 대규모 이주 문제와 이주민을 동화시키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빌더르스의 승리와 같은 현상은 곧 프랑스, 독일 등의 리버럴한 민주국가들에서 곧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는 2000년대 초반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편집자주 : 한국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모로코 이민자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네덜란드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 2000년 시작된 이스라엘의 제2차 인티파다(1987년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잔혹한 압제를 받는 팔레스타인인의 봉기) 때 모로코에서 온 무슬림 이민자들은 팔레스타인과의 '연대'를 이유로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유럽 곳곳에서 유대인들을 구타하기 시작했지만 거의 뉴스거리가 되지 않았다.
  • 그 후 몇 년 동안, 축구 경기장에서 수천 명의 모로코 이민자 아이들은 2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사람들을 기념하기 위해 2분간 침묵하는 동안 "하마스, 하마스, 유대인들은 가스에 가라"(Hamas, Hamas, Jews to the gas)는 구호를 외쳤다.
  • 동성애자 남성들은 정기적으로 구타를 당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세계의 동성애 수도로 여겨졌던 암스테르담에서는 동성애자 남성 커플들이 더 이상 손을 잡고 걷지 않았다.
  • 네덜란드 공중파 방송에서, 이슬람 종교지도자인 이맘은 "동성애 전염성이 있고 사회에 위험하다"고 말했다. 몇몇 이슬람 사원과 서점에서 판매된 이슬람 도서는 "동성애자들을 머리를 아래로 해서 지붕에서 던질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두 경우 모두, 사법부는 이 발언이 종교의 자유 아래서 보호된다고 생각했다.
  • 2002년, 정치인 핌 포르퇴인(Pim Fortuyn)은 압승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Fortuyn은 동성애자면서 엘리트에 속했다. 그가 이슬람과 이민문제를 건드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가 이슬람과 이민 문제를 두고 후진적이고 여성 혐오적이라고 목소리를 낸 후 주류에서 쫓겨났으며 악마화되었다. 결국 잠재적인 히틀러가 권력을 잡는 것을 막고 싶다던 한 엄격한 채식주의자에 의해 정치적인 이유로 살해되었다.
  • 2003년, 주로 무슬림 이민자 거주 지역에 사는 싱글맘은 폭행당하고 집에 '유대인 창녀'라는 낙서가 새겨졌다. 그녀는 유대인은 아니었지만, 경찰은 '갈등 심화를 막기 위해' 개입하지 않았다.
  • 그리고 나서 2004년 11월 2일, 영화제작자 테오 반 고흐(Theo van Gogh)가 목이 칼로 그어져 대낮에 암스테르담 한복판에서 사망했다. 단검이 그의 가슴에 꽂혀있었고 당시 네덜란드 국회의원이었던 아야안 히르시 알리(Ayaan Hirsi Ali)가 다음 차례일 것이라고 쓰인 쪽지와 함께 있었다. 네덜란드군은 테러 배후인 알카에다가 조직한 이 테러리스트 단체를 체포하기 위해 탱크들을 들고 거리로 진입해야 했다.

 

빌더르스는 긴 시간 네덜란드 정치에 몸 담았다. 테오 반 고흐가 살해당한 2004년, 그는 VVD 당을 탈당하고 '자유당'(Party for Freedom)을 창당했다. 직후 빌더르스는 네덜란드 정치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사람이 되었다. 그는 코란의 금지와 새로운 모스크의 건설의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네덜란드의 이슬람화'를 반대했다. 그가 2014년 군중에게 "더 많은 모로코 사람을 원하냐, 아니면 더 적은 모로코 사람을 원하냐"고 물었을 때, 군중들은 "더 적은 모로코 사람을 원한다"고 외쳤다.

 

빌더르스는 그것이 앞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대답했다. 검찰은 이것이 불법적인 집단 모욕이라고 주장했고, 네덜란드 고등법원은 유죄라고 판결했지만, 그에게 형을 선고하지 않았다.

 

그가 대중으로부터 큰 반향을 이끌어낸 이유는 고전하는 경제, 국경의 중요성, 중앙정부에 너무 많은 권력을 이양하는 것의 위험, 이슬람주의의 위협, 집단 이주의 도전 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기존 정치 엘리트들은 이주민 수용 반대가 외국인 혐오라고 말했지만, 대중들은 국가의 구조적인 변화에 주목했다. 따라서 엘리트들이 대중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960년대에 네덜란드에는 6만 명의 이슬람교도들이 살았고, 오늘날 대규모 연쇄 이주, 망명, 높은 출산율 덕분에 약 120만 명이 살고 있다.

 

2000년대 초, 대중들은 친(親)EU 입장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EU 탈퇴를 원하지는 않더라도 이주와 국경에 관해서는 너무 많은 권한이 EU에게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간이 지수록 빌더르스는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동시에 그는 극단적인 표현을 줄여나갔다. 과거 그의 자유당은 '재이민 및 탈이슬람화부'(Ministry of Re-migration and De-Islamization)를 요구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또한 과거에는 '이슬람은 종교가 아니라 전체주의적인 이념'이라는 문구가 이전 선거 공약의 일부였다. 이번 선거에서 빌더르스는 네덜란드 연합 체제 내에서 일하겠다는 그의 헌신을 강조했고, 그는 그것이 그가 통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타협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했다.

 

빌더르스의 승리는 유권자들이 국경 개방과 복지국가가 결합된 '케이키즘적(cakeism, 양립할 수 없는 두가지를 동시에 가진다는 의미의 관용구 'have one's cake and eat it too'에서 유래) 자유주의' 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대한 복지국가와 개방된 국경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

 

이제 전통적인 우파와 좌파가 그 분열의 양면에서 발견될 수 있기 때문에 세계주의자와 반세계주의자를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이것이 우리 시대의 새로운 정치 스펙트럼이다.

 

네덜란드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정통성을 되찾기를 원한다면, 빌더르스의 놀라운 승리를 뒤집으려 하기보다는 받아들여야 한다. 그에게 투표한 수백만 명의 의견인 이민과 이슬람주의, 그리고 자신들의 국가 정체성이 잠식되고 있다는 합리적 두려움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그들이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빌더르스에게 더 많은 표가 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전 세계의 또다른 빌더르스 같은 신예가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데일리인사이트 이재영 기자 |

이재영 기자 ljybest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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