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계는 어쩌다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나

  • 등록 2023.10.17 10: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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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세계적인 경제학자 스티븐 로치의 <우발적 충돌>
美·中 갈등의 진짜 문제는 자국의 문제를 가리는 상대국에 대한 '거짓 서사'와 '불신'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시작으로 미국과 중국을 둘러싼 무역 전쟁이 시작되었다. 무역 전쟁은 1차 냉전 이후 시작된 '미국-중국 패권 전쟁'을 더 복잡하고 치열한 문제로 심화시켰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고강도 관세 조치를 결정한 것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방어였다. 미국은 만성적인 무역 적자 문제의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한 것이다(이는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의 대중 공약에 담겨 있는 시선이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무역 적자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무역 상대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와 얼마나 부합할까. 그리고 미국의 보복관세는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예일대 경제학 석좌교수 '스티븐 로치(Stephen S. Roach)는 미중 갈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담은 책 <우발적 충돌>에서 이 조치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미중 갈등의 진짜 원인은 당사국 내부의 '저축 문제'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에 의해 생성된 수많은 '거짓 서사'가 갈등의 본질을 흐리고, 문제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미중 갈등의 배경

2차 세계대전 직후 중국은 매우 어려운 경제여건을 지니고 있었다. 1976년까지 집권한 마오쩌둥이 일으킨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이라는 두 가지의 거대한 실책은 중국 정치와 경제를 심각한 혼란기로 몰아넣었고 심각한 빈곤과 일자리 문제를 겪게 되었다.

 

마오쩌둥 다음 집권한 덩샤오핑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공급에 초점을 맞춘 '개혁·개방' 정책으로 중국 경제를 부흥시켰다. 중국의 성장 전략에는 수요 측면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는데 당시 빈곤국이었던 중국의 입장에서는 국내 수요는 그저 희망 사항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외국으로 눈을 돌려 해외 수요를 끌어들였다. 즉, 해외 수요가 중국 경제 부흥의 열쇠였다.

 

반면 미국은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며 일어난 대 인플레이션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FRB)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고, 물가상승, 고금리, 소비자 소득의 정체 등이 경제성장을 압박하며 미국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바로 이 상황에서 중국이 끼어들어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즉 값싼 상품을 미국 시장에 제공해서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자본을 제공해 미국 재무부가 예산 적자를 메울 수 있게 해준 것이다."

- <우발적 충돌>, 57p.

 

그런데 FRB는 인플레이션율이 안정되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다시 금리를 낮추며 통화정책을 완화했다. 금리의 빠른 인하는 미국의 경제 구조를 '소득 주도 성장'에서 '자산 의존 성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자산 보유자들은 주가와 주택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과정에서 노동 소득을 저축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미국의 저축율은 점차 낮아졌다.

 

미중 갈등의 원인은 '저축 문제'?

중국은 지나치게 저축이 높은 국가다. 현재 중국에게 필요한 것은 저축에서 소비로 나아가는 구조적 재균형이지만, 계속해서 소비주의를 고무시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중국은 소비자 사회에 생소하고, 현재의 경제 전략이 보여주고 있는 경제성장 때문에 소비주의를 촉진시켜야 한다는 정서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또한, 중국의 고령화와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으로 불안을 느낀 중국인들은 소비를 꺼리고 저축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은 중국 경제를 '과잉저축'으로 이끌었고 이는 중국이 해외 수요에 의존하는 결과를 낳았다.

 

반대로 미국은 심각하게 저축이 부족한 국가다.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저축 부족의 원인이긴 하지만, 미국의 자산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가 저축 불균형의 주 원인이다. 

 

경제성장에는 반드시 자금이 필요하다. 미국과 같이 저축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경우에는 외국의 자본을 끌어들여 투자와 경제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무역수지는 적자가 된다.

 

이러한 두 국가의 이중성은 서로를 적절한 무역 상대가 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불균형한 두 나라의 경제는 점차 하나로 연결되었다.

 

문제를 악화시킨 '거짓 서사'와 '불신'

미국과 중국은 자국의 경제 불균형 문재를 재균형을 통해 해소하고, 건강한 상호의존적 관계로 나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두 나라의 '거짓 서사'는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를 중국의 탓으로 돌리는 것도 그 일환이다. 미국은 중국을 거대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를 일으킨 '악당'으로 본다. 하지만 이는 그저 미국이 국내 저축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중국이 초과저축국, 저비용 생산국이라는 비교우위를 가진다는 것을 보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는 오히려 악영향을 줬다. 값싼 물품이 시장에서 줄어들면서 중국에 대한 관세를 부담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미국인 소비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심각한 수준의 검열로 중국에 대한 '좋은 이야기'만 나오도록 거짓 서사를 생산해낸다. 검열 시스템을 통해 중국은 현실·생각·가치관을 왜곡시키며 의견 교환과 발견을 억제하고 있다. 또한 중국 의존적인 기업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거나 아스트로터핑(astroturfing, 가짜 트위터 및 기타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한 온라인 트롤링 등의 방식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에도 담론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보 왜곡과 '남 탓하기'로 이루어진 거짓 서사는 자신의 문제를 남에게 돌려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한다. 그런데 이는 정치적으로 '편리하다.' 상대국에 대한 비난 정서에 편승하는 편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지지도를 유지하고 정권을 유지하기 더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까지 미중 갈등을 악화시켜온 핵심 원인이다.

 

해결책은? … 신뢰를 기반으로 한 협력

로치 교수는 이와 같은 특수한 상호관계와 관련된 해법으로 크게 3가지를 제시한다.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의제(코로나 19등의 팬데믹 문제와 관련한 세계 보건, 기후 변화, 사이버 보안 등)를 마련할 것 ▲친성장 양자 간 투자조약(Bilateral Investment Treaty, BIT)을 통한 투자 장벽을 낮추는 것 ▲양국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고 지속적으로 공동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가는 미중사무국이라는 신설 조직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간단하지만 실제로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다. 한번 깨진 신뢰를 회복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불신과 편견은 하루 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중국이 행해왔던 상당한 수준의 검열과 경제 보복을 통한 '검열 수출', 남중국해와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공격 행위 등의 문제에서 중국은 이미 상당한 신뢰를 잃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과 관련해서 보인 폐쇄적이고 비협조적인 모습은 중국의 이미지를 크게 깎았다.

 

과연 미국과 중국은 신뢰의 문제를 해소하고 자국 내부의 경제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는데 얼마나 의지가 있을까. 날이 갈수록 우리에게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 넣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두 나라는 앞으로도 계속 거짓 서사들에 매달릴까, 아니면 그것들을 극복할까?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을 영구화할까, 아니면 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까? 이는 21세기 국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양국 관계의 전망을 묻는 결정적인 질문이다." - 524p.

 

데일리인사이트 박형준 기자 |

박형준 기자 hjpark040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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